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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이보영·허율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걸까
기사입력 :[ 2018-03-20 17:10 ]


‘마더’ 캐스팅과 캐릭터 일본 원작과 꼼꼼히 비교해보니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tvN 드라마 <마더>는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오는 일본 컨텐츠 리메이크 중 가장 걱정되면서도 궁금한 작품이었다. ‘원작의 강한 일본 정서가 한국 배경으로 이식될 수 있는가’라는, 다른 리메이크 작품들과 공유하는 기본적인 궁금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캐스팅에 대한 걱정이 컸다. <마더>의 인기와 명성 대부분은 거의 슈퍼 아역배우 수준이었던 아시다 마나의 존재감에 빚진 바가 큰데, 이를 리메이크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이 드라마가 종영했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상 밖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성공한 건 놀랍게도 캐스팅과 캐릭터이다. 어떤 아역배우가 나와도 아시다 마나와 비교될 수 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제작진이 선택한 길은 처음부터 일대일 비교를 거부하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었다. 허율이 연기한 혜나/윤복은 원작의 레나/츠구미와는 달리 거의 마약처럼 보호본능을 터트리는 순수하고 이상적인 어린아이가 아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고 자기만의 고집과 욕심이 있다. 종종 윤복은 새 엄마가 된 수진의 기대를 거스르고 거칠게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 중에 전혀 새로운 관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윤복을 납치한 새 엄마 수진의 캐릭터 역시 이보영이 캐스팅되면서 보다 선명해졌다. 더 과학자스럽고 더 냉정하고 단호하다. 그 때문에 학대받는 자기 학생을 납치한다는 기본 설정이 믿을 수 없어지긴 했지만 전체 상황은 더 드라마틱해졌고, 우린 수진과 수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한 그림을 통해 보게 된다.

수진의 친엄마와 양엄마의 재설정도 주목할 만하다. 새 드라마는 이들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 짰다. 병들어 죽어가는 것은 친엄마가 아니라 드라마 내내 장엄한 프리마돈나였던 명배우인 이혜영의 새엄마 영신이다. 남기애가 연기한 친엄마 홍희도 하얗게 스러져가는 일본 할머니가 아니라 금자씨의 형무소 동무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단호한 인물이다. 영신과 홍희의 정면대결은 거의 서부극의 총싸움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렬했는데, 이 역시 원작과는 결이 전혀 다르며 솔직히 더 인상적이다.



고성희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혜나의 친엄마 자영에 대해서는 조금 어리둥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든 정의하고 설명하려는 일본 드라마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모성에 분명한 경계선을 긋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작의 엄마 히토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문제가 심각한 인물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최대한 이 인물을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판의 자영은 너무나도 쉽게 ‘자격이 없는 나쁜 엄마’의 카테고리로 떨어진다. 모성의 강요와 사회적 안정망의 부족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엄마 자격 심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영의 남자친구 설악의 역할을 늘린 것도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유는 있다. 원작은 10부작으로, 이 이야기만으로는 16부작을 채우기 어렵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 아이를 납치해 유괴범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친엄마와 남자친구의 <붉은 추장의 몸값>식 아이디어는 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다. ‘나쁜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남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짐이 되는 아이들을 살해하는 이야기를 통해 모성이라는 테마를 확장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설악의 이야기는 원작과 톤이 너무 달라서 다른 부분과 어울리지 않고 너무 극단적이라 진짜 이야기를 오히려 가볍게 만든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설악의 이야기가 신경 쓰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드라마의 각색 방향과도 연결된다. 한 마디로 말해 이 드라마엔 남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 원작이 남자들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여자들의 관계 안에서 모성 테마를 탐구하려는 시도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리둥절한 구석이 있다. 특히 원작의 캐릭터를 성전환하고 부풀려 끈질길 정도로 이성애 로맨스의 분위기를 풍기려 했던 이재훈의 진홍 캐릭터는 그냥 불필요했다.

드라마 후반에 모성 테마를 연장해 아버지 이야기까지 끌어들이려고 한 시도는 어이가 없고. 이는 여성주도 이야기가 한국으로 넘어와 리메이크되면서 쓸데없이 남자역의 비중이 늘어나는 최근의 경향 (<리틀 포레스트>도 그랬고 <마더>의 각색자인 정서경의 전작 <아가씨>도 그랬는데)와 연결되어 신경 쓰인다. ‘남성 쿼터’를 지키는 것이 그렇게 필요한가?



경향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국 리메이크의 또다른 경향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리메이크 판 <마더>는 원작 <마더>에 비해 지나치게 호사스럽다. 이는 일단 우리나라도 제1세계임을 보여주려는 발버둥인 게 너무 뻔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tvN 드라마 특유의 천장 높은 집은 수진과 윤복의 드라마와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드라마의 절실함을 약화시킨다. 원작 드라마의 힘 상당부분이 사회적 안정망이 없는 불안한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일대일로 대입시키는 건 불필요한 일이지만 이렇게 뻔한 길로 갈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원작에서 벗어난 해피엔딩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 두 편은 시간이 남아 어쩌지 못해 애를 먹는 티가 너무 역력했고 모든 게 쓸데없이 길었으며 불필요한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과연 16부작이 그렇게 꼭 지켜야 할 무언가였는지 의심이 된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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