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잘못했지만, 이런 아이돌 현실 괜찮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워너원이 출연한 Mnet <스타라이브>가 최악의 방송 사고를 냈다. 방송이 나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워너원 멤버들의 부적절한 멘트들이 방송을 타게 된 것. 사석에서라면 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방송을 타게 되자 그 이야기들은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 내용들 속에는 정산과 스케줄 문제에 대한 불만 섞인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것보다 논란이 된 건 그런 이야기를 아무리 방송 전이라고 해도 방송 현장에서 내놨다는 그 태도의 문제들이다. 가장 큰 잘못은 방송사고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송에서의 모습과 방송 바깥에서의 실제 모습이 같기를 기대하는 건 모든 팬들의 바람일 수 있다. 그 기대가 깨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이 논란을 일파만파 크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워너원은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기획사가 연습생 과정을 통해 만든 그룹이 아니고, 이른바 ‘대국민 오디션’으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것. 그만큼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오디션 과정에서 보였던 그 ‘절실함’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한 표를 던졌고 그렇게 해서 스타덤에 올랐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런 사석에서의 이야기조차 팬들에게는 얼마나 큰 실망감을 줬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의도치 않게 드러낸 부분도 있다. 그건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그룹의 민낯이다.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워너원은 이제 음원을 내면 족족 차트를 올킬시킨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들을 섭외할까 고민이다. 그들이 출연하기만 하면 일정 시청률이 담보될 정도로 팬덤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단 한 달 간 앨범 매출만 100억 원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광고수입에 행사, 방송 출연까지 다하면 천문학적인 수입을 이들이 벌어들일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 정도면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데뷔해 차곡차곡 팬덤을 쌓아가는 웬만한 정상급 아이돌 그룹보다 나아 보인다. 그런데 최근 Mnet <스타라이브>에서 터져 나온 방송사고에서 이들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우리는 왜 정산을 받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잠을 잘 수 없는가.” “우리는 왜 20%만 받는가.” 밖에서 보이는 워너원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다.

그 많은 수익들이 예상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 복잡한 계약구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을 CJ E&M과 YMC 그리고 소속사와 멤버가 나눠 갖는다. 결국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멤버들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여기저기 기사에서 대서특필했던 요란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잠을 잘 수 없는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이들의 급상승한 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워낙 스케줄이 많다 보니 나오는 ‘행복한 비명’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이돌 그룹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이미 몇몇 안타까운 사고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그럴 때마다 무언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다시 그 스케줄은 반복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논란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오르고, 그래서 정산 문제 같은 현실과 마주하게 되며 잠을 줄여 가며까지 스케줄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소홀하게 되는 자기 관리의 문제다. 자기 관리는 건강 같은 몸 관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이들에게 더 중요한 자기 관리는 보다 정신적인 것들이다.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멘탈 관리도 필요하고, 자아성찰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과정을 통한 인성 관리는 더더욱 절실하다.

요즘처럼 카메라 바깥과 안이 투명해지는 이른바 ‘투명사회’에서는 제 아무리 속내를 가리고 이미지의 가면을 쓴다고 해도 결국 드러날 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잘 나가던 기업이 오너리스크 하나로 무너지듯 잘 나가던 스타도 인성 리스크 하나로 순식간에 추락하게 된다.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K팝의 시대 속에서, 보다 롱런하는 아이돌을 기대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마음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아이돌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YMC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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