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정유미·이광수, 딜레마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다움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어쩌면 그들이 매일같이 접하게 되는 사건들 속에서 빠지게 되는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 건 아닐까.

처음 길거리에서 취객과 마주했던 염상수(이광수)는 반항하며 밀쳐대는 취객을 제압하기보다는 그대로 멈춰 서서 받아주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선배 오양촌(배성우)은 단번에 취객을 제압하고는 염상수에게 왜 매뉴얼대로 하지 않느냐고 질책을 했다. 자칫 취객에게 도로로 밀리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른 제압만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그저 참으며 버텨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며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빠져있던 차에 음주운전 단속에 나간 염상수는 술 취해 음주단속을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을 매뉴얼대로 체포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구대가 발칵 뒤집히자 그는 “잘못했다”고 말한다. 매뉴얼대로 했지만 결과는 선배들을 모두 힘들게 만든 것.

그리고 아예 염상수를 파트너라고도 생각하지 않은 오양촌과 사건현장에 나갔다가 쓰러져 중태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려다 현장을 훼손한 일로 큰 질책을 받자, 염상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오양촌의 집까지 찾아가 멱살까지 잡으며 자신이 뭘 잘못했냐고 따진다.



그런데 그 순간 오양촌은 알 수 없는 웃음이 터진다. 염상수의 골통 짓이 어쩌면 자신을 닮았다 여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는 염상수가 잘한 일 잘못한 일 또 자신이 잘못했던 일 등을 설명해준다. 음주단속 거부하는 국회의원을 체포한 건 잘 한 일이지만 그러고도 “잘못했다” 얘기한 건 잘못한 일이라는 것. 또 사람을 구하기 위해 현장을 훼손한 일도 파트너로서 항상 함께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될 대로 되라며 오양촌에게 덤벼든 선택이 오히려 염상수에게는 그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학생을 구해내는 성장을 보이게 된다.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될지 알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기쁨과 후회를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라이브>는 이 경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딜레마 속의 성장은 한정오(정유미)도 마찬가지다. 그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여인의 사체를 보고는 충격에 빠져든다. 사건 현장을 본다는 것이 엄청나게 두려운 일이 된 것. 그런 일을 계속해야 하는 직업 앞에서 그는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고민에 빠진 그에게 기한솔 지구대장(성동일)은 두려운 건 당연하고 그래도 그걸 들여다보는 게 자신들의 직업이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취객 때문에 나간 식당에서 취객의 아내가 오자 귀가하라고 얘기하는 와중에 또다시 시비가 붙어 난장판이 된 상황 속에서 남편이 맞는 모습에 아내가 병을 들자 한정오는 테이저건을 쏘아버린다. 그건 큰 사건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아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알고는 한정오는 또다시 충격에 빠진다. 자신에게 경찰의 자격이 있는가를 고민하는 한정오는 감찰에 가서 오양촌이 시킨대로 거짓말을 하고 풀려난다. 거짓말을 했지만 그걸 통해 보다 성장한 경찰로 거듭나려 그는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그 취객과 아내는 한정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자신이 자칫 배속에 있는 아이를 살인자의 아이로 만들 뻔한 걸 그가 막아줘서 고맙다고 했고, 취객은 아이를 지우려던 아내가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 그의 잘못된 것처럼 보였던 선택이 사실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

<라이브>가 담으려는 이러한 딜레마 상황들의 연속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고 나아가 우리가 어떤 존재들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비록 그것이 엉뚱한 결말로 이어지더라도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녀린 존재들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서로를 보듬어주는 존재들이 있다는 건 그 가녀린 존재들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사건사고들이 매일 밤 벌어지는 어느 지구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사는 삶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이 딜레마 상황을 통해 발견하게 해주는 인간다움이 거기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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