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월’부터 ‘퍼시픽림2’까지, 거대하기만 한 졸작들의 공통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영화 <퍼시픽림>을 별 기대도 하지 않고 봤던 관객이라면 의외로 로봇 마니아들의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 이 영화에 남다른 묘미를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대를 갖고 <퍼시픽림2>를 본다면 아마도 실망감만 가득할 지도 모르겠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거대한 것 빼놓고는 그다지 몰입감을 주지 못하는 망작이다.

<퍼시픽림2>는 전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태평양 한 편에서 다른 차원이 열리며 들어오는 거대 괴수들인 카이주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로봇 예거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영화적 장르로 보면 <고질라> 같은 괴수물에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물을 뒤섞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즌1이 흥미로웠던 건 바로 그 퓨전이 의외로 흥미로움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시픽림2>는 ‘업라이징’이라는 무언가 본격화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토리 자체가 너무 빈곤하여 로봇과 괴수가 크다는 것을 빼고 보면 사실상 너무 단조로웠다. 과거 <마징가제트> TV물을 보는 듯한 괴수의 등장과 로봇의 출동 그리고 대결이 반복되는 구조 그 이상의 반전이나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주지 못했던 것.



게다가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들은 어째서 괴수들이 다른 차원의 갈라진 틈을 통해 들어오고 거대 로봇들이 그들과 싸우는가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는 인물에 몰입하기 보다는(캐릭터도 너무 전형적이고 매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액션과 스펙터클이 보여주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스펙터클의 자극은 물론 한 시간만 반복돼도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보면 심각하게 끼어 들어있는 중국 자본의 냄새가 그 원인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영화에는 전작에 등장했던 마코 모리(키쿠치 린코)를 일찌감치 사망에 이르게 만들어놓고 중국배우 경첨이 연기하는 리웬 샤오라는 인물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면 중국의 샤오미를 연상시키는 회사를 가진 인물이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놀라운 역할을 해내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이 인물과 이런 갑작스런 활약은 시쳇말로 ‘갑툭튀’의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몰입이 어려운 설정을 집어넣는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중국 자본의 입김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입김의 결과는 전 세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 작품이 중국에서 흥행하고 있다는 사실로 드러난다.



경첨이 출연했던 또 다른 영화 <그레이트 월> 역시 장예모 감독과 맷 데이먼이 만난 작품이라는 기대를 만들었지만 결국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무협과 서구 판타지의 만남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중국 자본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졸작이 되어버렸다.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트랜스포머4>나 <쥬라기월드> 같은 중국자본이 들어간 영화들은 하나같이 ‘거대함’의 스케일을 내세우지만 그것 빼고는 보여줄 게 없는 엉성한 스토리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국의 영화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중국자본이 할리우드에 들어가고 그래서 할리우드 시리즈들이 중국의 입김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원작이 갖고 있던 재미마저 지워버리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자본이 작품을 좌지우지하면서 영화가 그저 특정인들을 겨냥한 철저한 마케팅 상품이 되어버리는 상황. <퍼시픽림2>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퍼스픽림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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