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이지은의 강제키스가 이렇게 살벌하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멜로를 기대했다면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보여주는 ‘생존 스릴러’에 적이 놀랐을 지도 모르겠다. 애초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로맨스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주던 불편함은, 이 살벌한 청춘의 생존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아저씨들을 ‘킬’ 해버리는 행동들에 놀라움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이지안(이지은)이라는 청춘이 하는 행동들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건 거의 범죄에 가깝고 어찌 보면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실행하는 ‘킬러’나 ‘해결사’의 모습처럼 보인다. 항간에 이지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레옹>의 마틸다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첫 회부터 등장한 박동훈(이선균)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봉투를 이지안이 훔치는 장면이 이 심상치 않은 캐릭터의 첫 번째 놀라운 행동이었다면, 이후 도준영 대표(김영민)와 박동훈의 아내가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걸 이용해 접근해 박동훈과 박상무(정해균)를 모두 처리해주겠다며 각각 1천만 원씩을 요구하는 장면이 두 번째 놀라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이지안은 함께 지내는 송기범(안승균)과 룸살롱에 있는 박상무의 술에 약을 타 다음 날 있는 중요한 바이어와의 약속을 깨뜨린다. 이지안이 룸살롱의 전기를 내려버리고,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송기범이 웨이터인 척 위장해 들어가 박상무의 술에 약을 타는 장면은 이 드라마를 스릴러로 만들었다. 그렇게 박상무를 위기에 몰아넣은 후, 이지안은 대표에게 전화해 1천만 원을 준비해 놓으라고 한다.

이 정도면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게 드러나는 셈이다. 이지안이 첫 회에 사채업자인 이광일(장기용)에게 빚 독촉을 받으며 주먹세례까지 받는 장면은, 너무 불편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지안이라는 인물이 평범한 청춘은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미 범죄 깊숙이 들어가 있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저녁 퇴근 후만 되면 ‘밥사요’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박동훈에게 보내는 이지안의 행동은 전혀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온 멜로와는 상관이 없다. 그건 그가 대표에게 약속한대로 박동훈을 날려버리기 위한 수작이다. 이지안과 그렇게 퇴근 후 계속 저녁을 함께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말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는 박동훈은 그래서 그에게 선을 긋는다. 끌려 다니지 않겠다며 ‘잘못 배달되어온 뇌물’에 대해 폭로하려면 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들은 결국 저마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박동훈은 현실에서 쫓겨나 주저앉아버린 형과 동생처럼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회사 부장 자리를 지켜내려 하는 것이고, 이지안은 지독한 가난과 사채업자의 독촉 게다가 짐처럼 떠안게 된 할머니의 부양까지를 해결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 하는 것이다.

박동훈의 뒤를 따라와 다짜고짜 강제키스를 하는 이지안의 모습에서 멜로적 감정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저 뒤편에서 이미 세팅되어 있었던 송기범이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은 이지안이라는 인물의 무서움을 드러낸다. 이지안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키스고 뭐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게 생각하는 청춘이다.

아저씨와 청춘의 멜로? <나의 아저씨>에서 그런 통상적인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그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그림도 아니다. 다만 어쩌다 현실의 양 끝에 서게 된 중년 세대와 청춘 세대의 생존스릴러가 양측의 피투성이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그런 틀에 집어넣은 도준영 같은 시스템의 권력자를 향한 싸움으로 바뀌어나가길 기대하게 된다. 과연 그런 통쾌한 사이다가 가능할 수 있을까. 약자들끼리 싸우는 고구마 말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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