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종영, ‘무도’ 마무리에 담은 소회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13년 동안 매 주 우리 곁을 찾아와 피곤한 일상에 단비 같은 웃음을 줬던 한결같은 친구. MBC 예능 <무한도전>이 끝났다. 끝이 아니라 굳이 ‘시즌 종영’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유재석이 말한 것처럼 ‘13년 만에 시즌 종영’이라는 건 어딘지 이 표현이 그저 끝이 아니라 시즌2로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걸 확인하게 한다. 물론 김태호 PD가 말한 것처럼 모든 건 열려있다. 다시 <무한도전>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올 수도 있다.

<무한도전>의 마무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이었다. 물론 이 특집은 제목 앞에 ‘새로운 모습이’라는 단서가 붙어서 시작한 특집이다. 하지만 그 마무리에 즈음에 이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면 헤어짐에 대한 역설이 담겨 있었다고 보인다. 마지막 방송에서조차 벌써부터 ‘보고 싶은 친구 <무한도전>’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는.

마지막 회에서 <무한도전>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으로 그 끝을 담았다. 양세형이 박나래의 고향에 내려가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미션은 마지막 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상시의 <무한도전>의 웃음 그대로를 전해줬다. 절친인 김종민의 요청으로 하하가 건강검진을 하며 대장내시경을 받는 모습 역시 끝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하하는 학생들을 찾아가 인생경험이 담긴 강연을 했고 정준하와 박명수는 주어진 미션대로 설악산을 찾아 울산바위 정상에 올랐다.

그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 또한 늘 그랬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양세형은 약간의 허세와 유쾌함이 버무려진 웃음을 선사했고, 하하는 <무한도전>에서 어시스트의 역할이었던 자신을 빗대 어떤 위치에서도 열심히 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하면서도 그런 분위기에 적응이 잘 안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산행을 함께 한 정준하와 박명수는 ‘하&수’ 특유의 때론 툭탁대지만 때론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 속에는 마지막에 대한 소회들이 자연스럽게 담겨졌다. 특히 정준하와 박명수가 울산바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과정은 마지막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게 되자 지금까지 <무한도전>이 걸어왔던 13년을 상시시켰다. 힘든 도전들이었지만 함께 함으로써 그 길을 걸어왔던 그들. 그래서 울산바위 꼭대기에서 정준하가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그간 미안했고 고마웠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유독 짠하게 다가왔다.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작이 있으면 끝은 있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무한도전>은 하고 있었다.

마지막 방송은 소박하고 담담했지만 <무한도전>의 마무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모든 예우를 받았다고 보인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그토록 힘겨운 도전들을 하게 된 계기로서 예능 프로그램을 작품으로 보지 않는 풍토를 얘기한 적이 있다. 똑같이 고생하며 매 회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도 어딘지 예능 프로그램을 낮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었다는 것. 마무리에 즈음해 김태호 PD는 적어도 <무한도전>이 그런 시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아마도 처음으로 종방연도 했고 종방연에서는 MBC사측과 노조측 양측에서 감사패도 받았다. 13년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스텝들은 포상휴가를 떠난다고 했다.

<무한도전>이 걸어온 13년에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모두 그것이 자신들의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거기서 만났고 성장했고 결혼도 했으며 지금껏 함께 걸어왔다. 하지만 그 13년은 그들만의 인생이 아니라 그걸 함께 보고 지지해주던 시청자들의 인생이기도 했다. ‘만나면 유독 보고 싶은 오랜 친구’가 어느새 되어버린 것. 그래서 이 마지막 방송의 특집 제목은 벌써부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보고 싶다 친구야.’ 언제든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오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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