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먼저’, 감우성·김선아의 사랑 어째서 울림이 더 클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들의 사랑은 어째서 이렇게 울림이 크게 다가올까. 멜로드라마라고 하면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그런 알콩달콩한 걸 떠올리지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멜로드라마는 그런 것과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일단 나이도 지긋하게 든 중년의 남녀이고, 현실에 치이고 세월에 치여 연애세포가 좀체 깨어나지 않는 이들의 사랑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키스 먼저’ 해야 겨우 시작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그런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의 사랑에 대한 ‘탐구’는 단지 스킨십과 나이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더 깊게 파고 들어간다.

애초 두 사람의 관계가 딸의 죽음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그 죽음에 일조했다는 것에 깊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가해자의 악연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랑은 복잡해진다. 대기업의 젤리 과자를 먹고 사망한 딸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 안순진(김선아)에게 당시 그 과자의 광고 카피를 썼던 손무한(감우성)이 ‘불순한 의도’로 사랑을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사죄하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손무한은 어쩌다 ‘실수’로 안순진을 진짜로 사랑하게 된다. 이런 ‘불순한 의도’는 안순진도 마찬가지다. 빚 독촉에 집도 없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손무한을 ‘숙주’ 삼는 ‘기생충’이 되겠다고 접근했던 안순진은 조금씩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의 죽음 이후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던 그는 손무한이 “자러 올래요?”라고 말한 이후부터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불순한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관계가 진전되면서 ‘실수’로 생겨난 사랑의 감정. 과연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죄책감’으로 생겨난 착각일까. 이들을 더 혼돈에 빠뜨리는 건 손무한이 이제 곧 죽게 될 말기 암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은 이 시한부 선고에도 의연한 척 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로를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관계라고 스스로 치부하는 것이다. 사랑이 아니니 그런 생사의 이별이 결코 슬픈 일은 아니라고 애써 위안하는 것. 하지만 그런 애써 부인하려는 안간힘 자체가 그들이 서로에 대해 갖게 된 사랑의 무게를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

게다가 안순진은 과거 자신이 도와 달라 호소했지만 뿌리쳤던 장본인이 손무한이라는 걸 기억해내면서 심사가 복잡해진다. 새로 시작된 제과업체와의 법정 싸움에 손무한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안순진은 그 때까지 어떻게든 그를 살리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는 헷갈린다. 그것이 손무한을 사랑하게 돼서인지 아니면 증인으로서의 그가 필요해서인지.



<키스 먼저 할까요?>는 일종의 ‘사랑의 탐구’를 담은 작품이다. 멜로드라마에서 그토록 많이 다뤄졌던 소재지만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스킨십일까. 운명적인 만남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인연이 만들어내는 불가항력적인 힘일까.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은 그만큼의 사랑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무수한 감정들의 복합체다. 그러니 어찌 쉽게 사랑의 감정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을까.

다만 ‘죽음’이라는 대전제가 있어 우리는 그 순간에 즈음해 어쩌면 그 많은 것들이 다 사랑이었다고 긍정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과연 <키스 먼저 할까요?>는 이제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손무한을 통해 그들의 관계가 무엇이었다고 말하게 될까. ‘어른 멜로’를 표방한 드라마답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삶과 죽음과 관계를 얹어 진중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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