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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나 PD님, 소지섭·박신혜를 그냥 놔두면 안 될까요?
기사입력 :[ 2018-04-11 15:59 ]


‘숲속의 작은 집’, 나영석 불패신화 이어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과 <윤식당2>를 차례로 끝낸 나영석 PD가 쉬지도 않고 또 하나의 신작을 들고 왔다. <알쓸신잡>을 함께 했던 양정우 PD와의 두 번째 공동연출작인 <숲 속의 작은 집>은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제주도 숲의 외딴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다. 전기, 수도 같은 공공시설이 없는 채로 생활하는 ‘오프그리드 라이프’라는 실험에 소확행, 미니멀리즘, ASMR과 같은 트렌드 요소도 더해졌다. 나 PD의 전작과 같은 듯 다른 이 신작의 첫 회를 [TV삼분지계]가 함께 지켜봤다. 나영석 불패신화는 과연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 제작진의 간여도 좀 덜어냈으면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속의 작은 집>. 피실험자 A 박신혜와 피실험자 B 소지섭은 상반된 성향의 사람이다. 물론 세상 모든 이들이 서로 다른 취향과 습관을 지니고 살아가겠지만. 1박 2일 간의 여정에 사과 네 개와 파 한 단, 요구르트 네 개를 챙겨 온 박신혜와 갈아입을 옷은커녕 속옷조차 가져오지 않았다는 소지섭. 방송을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는 어느 쪽일까? 나라면 뭘 어떻게 준비할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요하고 적막하면 진짜 마음이 비워질까? 혼자 밤하늘의 별에 오롯이 집중하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한 것들이 잠깐 새 우후죽순 늘어나지 뭔가. 나처럼 감정이입이 되는 시청자가 많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성공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행복실험이라는 미명하에 제작진들이 노트북을 통해 건네는 미션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한 끼 한 가지 요리로 식사를 하라거나 아침 해와 함께 눈을 떠보라는 주문,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라며 짐을 비우라는 요구 같은 것들이 그렇다. 제작진이 박신혜에게 물었다. “옷이 다 필요할까요?” 사람마다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름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누군가는 하룻밤을 자도 드라이어에 고데기까지 챙겨가야 마음이 편하고 다른 누군가는 빈 몸으로 나설 수도 있다. 오히려 일정을 마친 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 식재료를 보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더 좋지 않을까? 박신혜가 자신의 물 사용량을 보고 느낀 것처럼 말이다. 불필요한 제작진의 간여가 ‘자발적 고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미니멀 라이프의 단기속성체험장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펙터클을 덜어내고 걸음의 속도를 늦췄던 tvN <꽃보다 할배>부터 여행지 한 곳에 정착해 식당을 개업하는 <윤식당>까지, 나영석 월드는 꾸준히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선보이며 진화해왔다. 적막한 숲 한가운데로 들어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 속의 작은 집>은 그 나영석표 쉼표예능의 최전선 격인 프로그램이다. 겉으로는 미니멀리즘을 표방하지만,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던 나영석 PD의 과거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가장 큰 야심을 담은 실험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전만큼의 재미도, 의미도 없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노동의 가치였다. 가령 tvN <삼시세끼>는 밥 한 끼를 차려내는 데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가를 보여준다. 아궁이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관리하고, 밭에서 재료를 수확하고, 몇 시간이고 낚시를 해 거기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밥을 짓고, 끊임없이 일을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상적 노동의 가치를 일깨웠다. <윤식당>도 마찬가지다. 수익의 부담과 의무는 없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자아실현으로서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 환기시킨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노동이 생계 수단의 의미로 축소되고 과잉착취당하는 시대에,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삶으로서의 본래 의미를 성찰하게 해준다.

<숲 속의 작은 집> 역시 설정만 보면 그동안의 흐름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오프그리드 라이프’는 덜어낸 만큼 많은 창조적인 대체 활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숲 속의 작은 집>은 ‘오프그리드’, ‘자급자족’, ‘자발적 고립’ 등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모든 삶에 따르는 불편함을 이미 깔끔하게 보완하고 시작한다. 집은 태양광, 배수시설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세팅돼 있고 보안 걱정도 없다. 출연자들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미리 챙겨온 식재료로 요리를 하고 준비된 장작을 더 잘게 쪼개는 게 다다. 방영 전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연예인 버전’이라는 지적에 반박할 필요조차 없었다. 애초에 자연 속 생활이 삶 자체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오늘의 테마’로 미니멀리즘을 단기체험하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숲 속의 작은 집>이 그려내는 삶은 그만큼 표피적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인간의 조건>의 연장, ASMR 열풍에 대한 응답

전작 <윤식당>과 영화 <카모메 식당> 사이의 친연성을 경험한 뒤라서 였을까. 첫 방송을 전후로 해서 나영석 PD의 신작 <숲 속의 작은 집>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비슷하다는 말들을 들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이 인적 드문 시골집으로 가 고단한 몸과 마음을 돌본다는 시놉시스가 <리틀 포레스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숲 속의 작은 집>의 레퍼런스를 찾는다면, <리틀 포레스트>보다는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인 KBS <인간의 조건> 쪽이 더 가까울 것이다. 실험기간 동안 피실험자로부터 문명의 이기를 빼앗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관찰하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많이 닮았다. 문명의 이기를 덜어낸 자리를 육체노동으로 대신할 때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 삶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점이나, 나긋나긋한 톤의 남자 내레이션이 해설을 주도한다는 점 또한 <인간의 조건>의 유산이다.



<숲 속의 작은 집>이 의식한 대상이 있다면, 그 또한 <리틀 포레스트>라기보단 인터넷 ASMR 열풍 쪽에 가깝다. 화면 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존재에 별명과 캐릭터를 부여하기 바쁘던 <삼시세끼> 시리즈를 생각하고 <숲 속의 작은 집>을 보면 당혹스럽다. 흡사 <킨포크> 매거진을 연상시키는 정갈한 오프닝 CG, 자막과 BGM을 극도로 절제한 느린 리듬의 편집은 한국 예능의 일반적인 문법을 배반한다.

특히 장작불이 타오르는 모습과 그 소리를 하염없이 내보내거나, 별이 가득한 밤하늘, 도마 위에서 썰리는 무와 쇠고기를 별다른 자막이나 빠른 편집 없이 느긋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숲 속의 작은 집>이 의식한 대상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한다. 흥미로운 게임, 서스펜스, 현란한 편집과 수다스러운 자막, BGM을 다 덜어내고, 그 자리를 자연과 음식과 침묵을 길게 응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시청자들에게 화면 위에 등장한 요소에만 집중하며 그 감각을 보다 더 진하게 느낄 것을 권하는 예능. 그런 의미에서 <숲 속의 작은 집>은 <인간의 조건>이 미처 다 가보지 못했던 길을 걷는 과거의 연장이자, ASMR의 열풍이 이는 우리의 오늘에 대한 나영석 PD의 답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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