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꼭 잡고’의 촌스러운 사랑, 그들은 다시 손잡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째 제목하고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MBC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남현주(한혜진)는 계속해서 남편 김도영(윤상현)의 손을 놓고 그를 밀어내는 중이다. 어머니가 똑같은 뇌종양으로 사망했던 걸 깊은 트라우마로 가진 남현주는 자신이 똑같은 마지막을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남편 김도영에게 “남자가 생겼다”고 말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거짓말을 한다.

한편 한 때 천재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던 김도영은 옛 여자친구였던 다혜(유인영)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기며 접근하지만 아내 현주에 대한 마음은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포기가 쉽지 않아 자꾸만 전화를 걸어 아내가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라는 걸 확인하려 들지만, 그건 오히려 자신의 상처만 더 내는 일이 된다. 물론 일부러 아픈 거짓말을 해야 하는 현주에게도 그건 큰 상처다. 도영은 그래서 화가 나 다혜와 새 삶을 살겠다고 말하면서도 현주에 대한 마음을 지워내지 못한다.



현주의 뇌종양을 치료하겠다며 나서면서 의사 장석준(김태훈)은 그에게 의사-환자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역시 병으로 사망한 아내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석준은 그래서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아픔을 지워내지 못한다. 그래서 현주에게 “죽은 내 아내를 살리고 싶은 게 아냐. 당신을 살리고 싶은 거지”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그가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김도영을 밀어내려는 현주와, 화가 나 다혜에게 달려갔다가도 다시 현주로 돌아오는 도영, 병 때문에 현주가 기대게 되는 석준과 그들이 그렇게 있는 장면을 보면서 오해하고 분노하는 도영.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어찌 보면 조금은 촌스러운 옛사랑의 풍경들을 그려낸다.



죽음이라는 한 지점이 점점 드러나는 석양처럼 다가오고 있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그 죽음을 목도하게 하지 않으려 밀어내는 사랑. 결코 지금 같은 세태에서는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이 드라마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심리상태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어찌 보면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멀어진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는 ‘관계의 변주곡’을 보는 것처럼 보이는 드라마. 그런데 과연 이 드라마는 도대체 이 무한 반복되는 변주곡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놓아주는 사랑’일까. 아니면 그래도 ‘손 꼭 잡는’ 사랑일까.

누구나 당면할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까. 남은 자들의 손을 놓아주는 게 큰 사랑일까. 아니면 그래도 손을 꼭 잡아주는 게 사랑일까. 다소 촌스러운 사랑 이야기처럼 보여도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가 던지는 질문일 게다. 물론 정답은 제목에 나와 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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