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지상파 비지상파 가리지 않는 시청자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드라마 판도를 보면 그 시청패턴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지상파가 누리던 플랫폼의 헤게모니는 일찌감치 깨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새롭게 등장한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라고 무조건 채널이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다. 이제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채널에 상관없이 찾아서 보는 시대에 돌입했다.

월화드라마들의 풍경은 이런 변화된 시청패턴을 정확히 보여준다. 미니시리즈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KBS였지만 <우리가 만난 기적>은 시청률 10%(닐슨 코리아)를 넘기며 월화드라마 최강자로 들어섰다. JTBC에서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 있는 그녀>를 연거푸 성공시킨 백미경 작가의 필력에 김명민, 김현주의 명불허전 연기가 더해지면서 누가 봐도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탄생했고, 시청자들은 여지없이 그걸 알아봐줬다.



월화 시간대에 SBS <키스 먼저 할까요?>가 후반부에 이르러 살짝 힘이 빠지고 있지만 여전히 선전하는 건 이 작품이 가진 ‘어른 멜로’라는 독특한 지점 때문이다. 사적 사랑의 이야기가 과거의 사건과 연결되면서 사회적인 함의를 담아내는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멜로와는 사뭇 다른 독특함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함이다.

MBC <위대한 유혹자>가 2%대,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1%대 그리고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2%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는 건, 제아무리 지상파라고 해도 또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비지상파라고 해도 콘텐츠 경쟁력이 없다면 외면당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 높아지면서 밀도가 부족한 작품이나, 시트콤에 가까운 가벼운 드라마에는 시선이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수목드라마는 역시 콘텐츠 경쟁력에 따라 고만고만해진 지상파와 훨씬 강력해진 비지상파의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tvN <나의 아저씨>가 시청률에서도 화제성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반면, KBS <추리의 여왕2>,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모두 고만고만한 시청률에 머물며 이렇다할 화제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금요일과 주말드라마들은 비지상파의 약진이 눈에 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일으키고 있고, tvN <라이브> 역시 노희경 작가 특유의 촘촘한 대본에 힘입어 시청률에 날개를 달고 있다.

물론 지상파의 채널 헤게모니가 무너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콘텐츠 경쟁력에 따라 자유롭게 채널이 오가는 상황은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이제 재미없는 콘텐츠는 지상파, 비지상파를 떠나 2%대 시청률에 머무는 일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부쩍 늘어난 드라마 편수들은 이제 시청자들의 ‘선택적 시청’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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