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음악이란 이런 것, ‘비긴어게인2’가 들려준 일상음악

[엔터미디어=정덕현]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의 어느 낯선 골목길에 휴대용 건반에 맞춰 낮은 목소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윤건이 부르는 ‘비오는 압구정’이라는 곡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은 훨씬 비트감이 있지만 단출하게 건반 하나에 읊조리듯 부르는 목소리 하나가 얹어진 그 곡은 어딘지 처연하고 쓸쓸한 느낌마저 준다. 낯선 거리에서 낯선 언어로 부르는 노래. 하지만 그래서인지 어딘가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그 노래가 새삼스럽게 들려온다. JTBC <비긴어게인2>가 카스카이스 골목길에서 들려준 노래에는 도대체 무슨 힘이 있었던 걸까.

물론 포르투갈 같은 외국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힘일 게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 버스킹들은 일정한 관객들이 있고,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미리 떠나기 전부터 부를 곡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했던 것이니 말이다. 또 노래를 부를 때의 긴장감과 반응이 괜찮았을 때의 기쁨 같은 것들이 거기에서는 묻어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카스카이스의 밤거리를 나선 자우림의 김윤아와 이선규, 윤건과 로이킴이 그 날만은 자유시간이라며 각자 흩어져 저마다 자신이 부르고픈 노래를 마음껏 부르는 모습은 그간의 버스킹과는 또 다른 음악의 결을 느끼게 해줬다. 가장 큰 변화는 관객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대상으로 하지 않는 노래라는 점이었다.

어느 골목길의 계단에 앉아 이선규가 치는 기타에 맞춰 김윤아가 부르는 빌리 조엘의 ‘Honesty’나 퀸의 ‘Love Of My Life’는 어찌 보면 온전히 그들을 위한 노래처럼 들린다. 물론 노래를 부르다 보니 길을 걷던 행인들이 발길을 멈춰서고 이층에서 내려다보며 노래를 경청하는 관객들이 생겨났지만 그건 목적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일상 속으로 들어온 음악. 늘 무대 위에서만 부르는 음악은 관객을 상정하기 마련이지만 그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타 하나를 꺼내들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건 그것과는 또 다른 음악일 수밖에 없다. 김윤아가 떠나기 전 이번 버스킹 여행에서 목적하는 것이 ‘나를 위한 음악’이라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누구를 위해 불러주던 음악이 아니라 나를 위해 부르는 노래. 김윤아가 이번 버스킹 여행에서 이 골목길에서 부르던 음악이 가장 특별했다 얘기한 이유일 게다.

또 다시 길을 걷다 한적한 곳에 앉아 기타 반주에 맞춰 김윤아가 부르는 노래에 언제부턴가 옆자리에서 듣던 청년들이 호응을 해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러달라고 한다.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지만 즉석에서 맞춰 불러보는 그 노래의 경험은 아마도 김윤아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줬을 게다. 음악도 목적하는 바에 따라서 달라지고, 공간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 그러니 목적을 없애거나 무대가 아닌 다른 공간을 상정한다면 또 다른 음악의 세계가 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바닷가에서 파도소리가 마치 화음처럼 들어간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는 로이 킴에게서는 마치 어느 여름 바닷가에 앉아 아무렇게나 기타에 맞춰 노래 부르곤 하던 일상인들의 소회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건 가수라는 어찌 보면 또 다른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움 속에서 부르는 노래처럼 다가온다. 일상 음악. 어쩌면 그것이 진짜 음악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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