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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노희경 작가, 어떻게 더 젊어지고 한층 빨라졌나
기사입력 :[ 2018-04-21 13:40 ]


‘라이브’, 드라마의 힘이란 이런 것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세상에서 제일 바쁜 홍일지구대를 배경으로 한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가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끝을 향해 달려간다. <라이브>는 기존의 노희경 표 드라마와는 살짝 다른 감이 있다. 2016년 방영했던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데뷔시절부터 현재까지 노희경 작가만큼 노년의 인물을 공감가게, 그러면서도 생생하고 개성 넘치게 그리는 작가는 없었다.

이처럼 언제나 노희경 드라마에서 빛나는 조연이었던 노년의 인물들은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정점을 이루었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과 눈물샘을 쏙 빼는 장면들이 가득한 이 드라마는 2016년을 대표하는 드라마 중 한 편이었다.

반면 <라이브>는 노희경 작가가 더 새로운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중간 중간 침체기 때마다 노희경 작가는 변화를 꽤 해온 작가였다. KBS <굿바이 솔로>를 통해서는 정통적인 드라마 구조를 깨보려는 시도도 했다.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서는 수호천사라는 판타지 설정을 집어넣었다. 조인성을 프론트맨으로 내세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로맨스물과 막장드라마로 양분된 세계에서 인간의 삶과 사랑의 감정들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적 세계를 펼쳐 보이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하지만 <라이브>는 이런 시도들과는 또 맥이 다르다. <라이브>에서 노희경은 더 젊고 더 빨라진 생동감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도 경찰의 삶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 세계에 날 것의 인물들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렇기에 <라이브>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잠깐잠깐 등장하는 경찰들이 아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경찰의 삶을 밀착 마크한다.

<라이브>에서 그들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웃기는 캐릭터도 뉴스에서 본 것처럼 공권력의 멍멍이도 아니다. 그 프레임 바깥에 지워져 있던 경찰들의 노곤한 삶을 노희경은 드라마로 끌어안았다. 또한 그 노곤한 삶과 엮여 범죄의 현장과 세상의 갑을 관계 같은 사회의 어두움도 함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그 덕에 시청자는 <라이브>를 통해 대단한 러브라인이나 숨을 옥죄는 심리적 스릴러가 아님에도 이 드라마의 현실감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경찰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으로 변주된다.



그러기에 시청자들은 홍일지구대의 경찰들을 보며 공감하고 아파하게 된다. 성폭행의 경험을 안고 살아온 시보순경 한정오(정유미)나 강력반 출신의 형사이자 이혼남인 오양촌(배성우),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 등등의 삶이 모두 그러하다.

다만 현실감 포착하는 데 그쳤다면 <라이브>는 일종의 다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브>의 후반부에서 노희경 작가는 이 아프고 추운 드라마를 위해 아주 얇은 이불을 준비한다. 사실 <라이브>를 지켜보는 일은 아프다. 비단 홍일지구대에서 생생하게 묻어나는 삶의 피로감 때문만이 아니다. 성폭행 범죄의 적나라한 응시나 퇴직을 앞둔 이삼보(이얼) 경위가 청소년들에게 집단폭행 당하는 장면, 어머니의 호흡기를 떼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오양촌의 선택 등등이 그러하다.



노희경 작가는 그 아픔에 너무 시리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감상적이지 않게 다독일 줄 안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지닌 힘이다. 수사팀장 안장미(배종옥)는 한정오가 성폭행 이후 트라우마 없이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한다. “잘됐네. 니가 정상인 게 뭐가 문제야? 트라우마가 꼭 생겨야 돼? 사건 당한 것도 억울한데 꼭 괴롭기까지 해야 하냐고. 난 그것도 다 편견 같은데.” 라고 말해준다. 반대로 트라우마가 생긴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그것도 다 정상”이라고 말한다.

또한 피곤에 찌든 남자 경찰들이 우르르 신생아실 앞에서 갓난아기를 바라보며 어느덧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 같은 장면은 별 것 아니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스한 장면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에는 추운 장면들 위에 간간이 우리를 따듯하게 해주는 장면들을 살포시 덮어준다.

그리고 그것은 이 작가가 오랜 기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철학과도 상통한다. 추운 삶을 편견 없이 그대로 바라보고 응시하기, 하지만 이 세상을 함께 사는 인간이기에 서로를 위로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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