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작은 집’·‘효리네 민박2’, 다시 제주로 떠난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봄나들이를 떠나고 싶은 요즘, TV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초대했다. <윤식당2> 대박 이후 나영석 사단은 관개수로는 물론 상하수도 시설조차 없는 제주도의 외진 숲속으로 들어가 은은한 안개가 낀 침엽수림과 초원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험하는 새 프로그램 <숲 속의 작은 집>을 선보였고, 겨울 제주를 제대로 담지 못한 아쉬움이 못내 컸던 <효리네 민박2>는 바로 이어 봄 편을 마련했다.

이 두 편의 예능은 어지간한 근교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아름답고 여유로운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담아낸다. 편의가 가득한 도시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보여주는 단순하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과 비움의 태도는 미세먼지로 인해 진정 잿빛 도시로 물든 서울을 비롯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봄기운 속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사뭇 차분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이를 위한 단순 노동이 갖는 가치를 흩날리는 나뭇잎과 돋아나는 반가운 꽃잎과 바람소리, 빗소리에 실어 담아낸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이맘때는 <주말엔 숲으로> 등의 ‘욜로’를 정서적 기반으로 삼은 여행 예능과 라이프 스타일 예능이 쏟아졌었다. 현실을 벗어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선 같지만 도전, 선택, 일탈 등의 키워드로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자는 모토가 1년 사이 일상을 새롭게 둘러보고 가꾸자는 주의로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이맘때 나타난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숲 속의 작은 집>은 기존의 슬로우 라이프에 혼자만의 시간이란 새로운 태도를 얹었다. 공공 전기와 수도, 가스 설비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친환경 ‘오프 그리드(Off Grid)’ 하우스에서 소지섭과 박신혜가 각각 모든 걸 스스로 해내면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자급자족이지만 베어 그릴스나 김병만과 달리 느긋하고, <삼시세끼> 등 나영석 사단의 다른 예능과 달리 ‘관계’가 없다. 달리는 기차 밖 풍경을 찍어서 대박을 쳤다는 북유럽 예능처럼 장작을 패고, 숯을 만든 다음 그 불 위에서 소박한 한 끼 식사를 혼자 하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느껴진다. 박신혜의 말대로 ASMR을 듣는 듯한 프로그램이다.



그런가하면 <효리네 민박2>는 관계에 몰두한다. 효리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은 시즌1에서 전달했고, 이효리라는 브랜드가 가짜가 아님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인정한 상황이다. 그런 이후 펼쳐진 겨울, 봄 이야기의 핵심은 손님, 알바, 부부, 이웃들이 어울리는 사람 사는 모습과 관계에 있다. 겨울을 지나 봄에 다시 만난 윤아와 효리네 부부는 한껏 더 가까워졌고, 봄과 함께 찾아온 첫 번째 외국인 손님이 제주를 오롯이 즐기다 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신분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어우러져 웃음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사이에 틈틈이 제주의 자연 환경을 끼워 넣었다.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지만 계속해 그들의 사는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숲 속의 작은 집>이나 <효리네 민박2>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단순 노동이 주는 즉자적인 보람과 가치에 몰두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지켜보다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삶에 여유와 용기를 가져다준다. 다만, 공감대와 로망을 형성하는 밑바탕이 얼마나 실용적인지에 따라 흥행 성적의 차이는 있다. 만약 효리네 민박의 손님이 되는 것과 어느 외딴 숲에서 혼자 지내는 판타지가 갖는 대중성의 격차가 몰입도의 차이를 만드는 까닭이다. 또한 영국식 테니스체어와 일식 무쇠 팬과 같은 세련된 소품들이 가득한 라이프스타일 숍을 둘러보는 재미도 분명 있지만 아무래도 TV콘텐츠로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더 대중성이 큰 이치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따스한 봄이 왔다. 그런데 이번 봄바람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금의 일상을 박차고 나가서,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라는 식의 일종의 급진적 제안보단 현실에서 안온을 찾는 법을 이야기한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떠나는 것까지는 같지만 우리네 일상과 전혀 다른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알려주겠다는 포부를 품었던 지난해와 온도가 많이 달라졌다. 우리네 일상과의 접점 마련을 보다 중시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따뜻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사소한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중점적으로 나눈다. 그 이야기가 우리네 현실에서도 이어질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꿈과 위안을 품으며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