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다큐 같은 ‘스푸파’, 백종원에게 더 잘 어울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백종원은 스스로 자신이 여행을 다닐 때면 늘 음식기행(?)을 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관광지를 다니기보다는 맛좋은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이 백종원이 추구하는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것. 그래서 ‘백종원의 미식방랑기’라는 부제를 단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이미 대충 그 그림이 짐작이 갔다. 어느 낯선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는 백종원의 모습.

그런데 막상 시작된 프로그램을 보니 그저 해외에 나가 일종의 먹방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KBS <누들로드>에 나온 중국계 미국인 요리사였던 켄 홈이 떠올랐다. 길거리에서 파는 흔한 음식들이지만 그 음식이 가진 유래나 식재료의 연원을 따라가는 이야기들이 촘촘히 채워져 ‘아는 만큼 맛있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음식 다큐 같은 느낌이다.

중국 청두에서 진행된 첫 번째 ‘미식방랑’에서 백종원은 특유의 사천식 음식들 속으로 빠져들었다. 매운 맛이 특징인 그 곳의 음식의 가장 기반이 되는 ‘홍유(고추기름)’를 일종의 ‘지휘자 같다’고 표현한 백종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마파두부부터 탄탄면은 물론이고 조금 낯선 궁보우지딩, 위샹체즈, 마라촨 같은 음식들을 맛보며 그 맛과 기원을 소개했다.



백종원 특유의 캐릭터가 살아있는데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음식들을 담아내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고, 무엇보다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다큐적 영상 연출’이 더해지자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재미들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낯선 음식들을 접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되지만, 백종원의 상세한 설명이 더해지고 그걸 즐기는 방법과 함께 직접 맛나게 먹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그런 도전의 선입견은 조금씩 사라졌다.

해외에 나가서 그 음식들을 접해봤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어 선뜻 손이 가지 않던 기억이 있을 게다. 하지만 결국 여행도 알아야 더 재미있듯이, 음식도 알아야 더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백종원이 알려주는 청두의 음식들은 그래서 한번쯤 여행을 간다면 시도해 보고픈 욕망을 자극했다.

사실 백종원을 빼고 본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대로 ‘청두의 음식’을 담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예능적인 지점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특히 식재료와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상 연출은 이미 많은 음식다큐멘터리를 통해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다큐적 영상 속에서 백종원은 또 다른 진면목을 드러냈다. 물론 잘 알려진 모습이지만 실제로 보니 그가 얼마나 많이 해외를 다니며 음식들을 ‘수업하듯’ 먹어봤는가 하는 점이 그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났다는 것이다. 메뉴판을 갖고 공부했다는 중국어가 꽤 능숙했고, 음식을 먹고는 요리사에게 이것저것 조리법을 묻는 모습에서는 그가 얼마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가가 보여졌다.

바로 이런 백종원의 진짜 면모들이 담겨져서인지, 담담하게 다큐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그 몰입감은 꽤 깊게 다가왔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소 과장된 면들을 보여줬던 백종원이지만,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보니 다큐가 어쩌면 그에게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담담하지만 먹을수록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식처럼,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의 또 다른 미식 방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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