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반응을 얻은 ‘한끼줍쇼’ 사할린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한끼줍쇼>는 기본적으로 토크쇼다. 물론 무대본의 야외 리얼버라이어티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밥 한 끼 달라고 대문을 두드리는 매우 간결한 설정 이외에 모든 재미는 토크쇼의 그것과 다름 아니다. 심지어 사전 인터뷰도 없다. 장소가 스튜디오에서 동네 길거리로 바뀌고 패널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다를 뿐, 게스트와 함께 걸으며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벨을 누르면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들과 소통을 한다. 그러다 밥 한 끼를 내어줄 누군가를 만나면 그와 그 가족의 인생과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는다. 강호동과 이경규의 진행 능력은 이 순간에 가장 빛이 발한다. 즉, 토크쇼다.

방송이 자리 잡으면서 <한끼줍쇼>는 너무나 유명해졌다. 상황 상 거절할 수 있어도 이제 이들의 방문에 대부분 호의적이다. 따라서 벨 누르기가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인지도 굴욕을 맛볼까 등의 미션의 성공 여부와 곤혹스런 상황이 빚어내는 재미는 이제 이 프로그램 내에서 큰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계속해 5%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수요일 최고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시청자들이 과연 오늘 한 끼 청하기를 성공할 수 있을까 보다, 오늘은 어떤 집을 찾아가서 어떤 일상을 보여주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지가 더 큰 관심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재미가 이 프로그램에 따르는 작은 논란인 무례하다는 지적을 넘어선 셈이다.

바로 이런 토크쇼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기획의도가 너무나 명확한 해외 특집은 다소 버거울 때가 있다. 일본 편은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방송을 성사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경규를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번 사할린 편은 규동 형제부터 게스트인 동해와 은혁까지 어떤 연결지점도 없었고, 별다른 삶의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다지 우리나라와 우리 유명 연예인들에게 큰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분위기 속에서 이 방송의 콘셉트도 잘 모르고, 우리말도 서툰 동포들에게 다소 밀어붙이듯 다가가는 모습은 진행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아쉬웠다. 밥 한 끼를 나누며 아픈 역사와 마주하려는 기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설정이 티가 너무나 났다.



방송은 동포애와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소수민족으로 러시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딱히 일상에 특별한 선물로 다가온 것 같지 않다. 한국에서 찾아왔다니 문을 열어준 것뿐이지, 기존 룰인 모든 가족의 방송 허락이나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환대, 그리고 주고받는 대화는 딱히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하나다’와 같은 찡한 장면 연출을 기대했겠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은 아예 안 되었고, 어쩔 수없이 흘러가는 무안한 분위기는 머쓱했고, 반응이 없는데 애를 쓰는 진행자들도 안쓰러웠다.

반찬이 거의 준비 안 된 집도, 주인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먹지 않고 준비해둔 닭볶음 반찬을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들에게 대접해야 하는 상황에 난처해하는 것이 보임에도, 나이를 묻고, 형 동생, 친구 등을 외치며 카메라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 말도 안 통하는데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나눈 대화는 기존 <한끼줍쇼>가 가진 토크의 재미를 전혀 전해주지 못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웃으면서 보고 싶은데 조금은 어색한. 그래서 진행자가 노력해서 원하는 대답과 감정선을 만들려고 몰고 가는 뻑뻑한 토크쇼를 본 기분이다. 굳이 해외 특집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앞서 가슴 아픈 역사를 조명하는 것은 좋은 의도이지만, 현실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 상황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해 유연해지기보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까닭에, 동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 <한끼줍쇼>의 킬링포인트인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 들어가 나누는 무정형 토크의 재미가 사라진 아쉬운 한 편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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