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츠’, 박형식·장동건이 주는 기대감과 불안요소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원작을 리메이크 한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되는 일이다. 특히 <슈츠(Suits)>처럼 성공한 미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낯설지 않은 우리에게 <슈츠>는 미드로서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니 그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비교되는 부담감을 갖고 시작될 수밖에 없다.

KBS 수목드라마 <슈츠> 첫 회는 그 기대감과 불안요소를 모두 보여주었다. 먼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건 고연우(박형식)라는 인물이 가진 정서적 공감대다. 물론 원작에서도 그런 점이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었지만, 이 고연우는 천재적 기억력을 갖고 있지만 스펙이 없는 흙수저다. 법전을 통째로 외울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부모를 어린 시절 잃고 살아온 그 흙수저라는 배경 때문에 주차요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인물. 그가 드디어 운명을 결정짓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운명을 결정하는 건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하는 첫 회의 기조 속에서 고연우는 최고의 로펌 강&함의 에이스인 최강석(장동건)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신입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고연우라는 ‘천재 흙수저’라는 인물이 주는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라는 일이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아야 된다는 점은 고연우가 가진 이 특별한 개성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흙수저의 경험이 주는 못가진 자들에 대한 남다른 공감능력이 지워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단지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 엇나간 세상에 대해 그가 던질 질문들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슈츠>는 또한 불안요소들도 드러냈다. 그건 미드와의 비교 때문에 생겨난 것도 있지만, 초반 최강석이라는 인물을 세우기 위해 들인 캐릭터 설명이 다소 지루하고 때로는 너무 연출에 있어 폼을 잡는 듯한 과장이 만들어내는 불안감이다. 사실 좋은 작품은 겉멋을 들이지 않아도 이야기의 몰입감을 통해 저 스스로 캐릭터를 빛내는 법이다. 로펌 강&함에서의 최강석이 가진 카리스마가 드라마에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이야기 속에서 보여주기보다는 설명적으로 풀어내는 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슈츠>는 기획의도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슈트(법률소송)를 위해, 슈트(양복)을 입은 그들이, 욕망의 슈트(카드의 무늬)를 쫓는 이야기’다. 그래서 법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등장하고 그 사건들 속에서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이 드러나게 된다. 또한 양복이 잘 어울리는 장동건이나 박형식 같은 배우들을 보는 시각적 재미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양복 같은 외적인 것들보다는 사건과 인물의 욕망 같은 내적인 것들이 될 것이다.

우리네 정서가 충분히 반영된 사건들 속에서 ‘천재 흙수저’의 욕망과 가치가 잘 나가는 에이스 최강석과 어떻게 부딪치며 합을 맞춰나가는가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다. 그것이 잘 풀려진다면 <슈츠>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일 내용보다는 ‘멋’ 같은 외형적인 것에 신경을 쓰다가는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슈츠>는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불안요소들을 잠재우고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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