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만기’, 정체성 혼란 말고 김명민에게서 보고픈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는 기적을 언제쯤 만나게 될까.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초반의 흥미진진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개 속도도 느려졌고, 매회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지기보다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느낌마저 준다.

그 패턴이 생긴 건 주인공 송현철(김명민)의 정체성 혼란에서 드라마가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아내인 조연화(라미란)가 지수(김환희) 아빠 아니냐고 물을 때 당황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얼굴을 보여준 것이 지난 회 마지막 장면이었고, 이번회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송현철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는 송현철이 부인한 것 때문에 역시 혼란을 겪는 조연화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다신 안볼 것처럼 함께 찍은 사진까지 지워버리지만, 막상 송현철이 키위 알러지 때문에 응급실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조연화와 선혜진(김현주)이 마주하며 애매한 감정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회도 그랬지만 이번 회도 송현철의 정체성 혼란이 이야기의 주된 골격이었고, 그 사이에서 선혜진은 마음이 흔들리고 조연화는 의심하다 실망하는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여기에 선혜진의 회사 대표인 금성무(죠셉 리)가 들어와 전형적인 사각 멜로 구도가 더해지자 애초 ‘육체임대’라는 신선한 콘셉트로 ‘기적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던 부분과는 사뭇 멀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건, 송현철의 은행 지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사건을 추적하는 박형사(전석호)의 이야기가 점점 그 분량이 없어진다는 점, 그래서 송현철의 사고와 관련된 김행장(정한용)이나 곽효주(윤지혜)의 이면에 얽힌 어떤 거래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이야기로 나가지 않고 송현철의 정체성 혼란 속에 드라마가 빠져 들어가는 건 시청자들이 원했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청자들은 송현철이 어떤 각성을 통해 은행의 비리나 적폐들을 깨쳐나가고, 아내였던 조연화와 아내인 선혜진에게 죽었다 살아난 사람으로서의 어떤 기적 같은 삶의 면면들을 느끼게 해주며, 그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를 원할 게다.

어차피 ‘육체임대’라는 설정 자체가 하나의 판타지 설정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정작 중요한 건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 판타지를 통해 현실의 어떤 면들을 담으려 할 것인가가 아닐까. 따뜻한 영혼 하나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그런 기적 같은 이야기야말로 판타지지만 현실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시청자들은 송현철이 만들어낼 기적을 아직도 바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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