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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김구라·김숙 앞세운 EBS 개편은 성공한 걸까
기사입력 :[ 2018-05-02 15:53 ]


EBS 봄 개편의 기대작 세 프로그램 엿보기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EBS의 대대적인 봄 개편이 한 달째를 맞았다. EBS는 지난 3월 말, ‘사회 변화에 발맞춘 콘텐츠 혁신’을 표방하며 ‘파일럿존’ 편성을 비롯해 다양한 포맷과 스타MC 기용 등을 내세운 파격 개편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파일럿 프로그램 위주였던 지난 한 달과 달리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인 기대작들이 출격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박명수가 진행하는 색다른 쿡방 <조식포함 아파트>, 김구라와 황제성을 투톱 MC로 내세운 신개념 시사토크쇼 <빡치미>, 김숙을 기용한 힙합강연 콜라보 <배워서 남줄랩> 등이 대표적이다. 개편 한 달 동안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과 진부한 얼굴들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면, 이번 화제의 후발주자들은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TV삼분지계]가 EBS의 세 야심작을 살펴봤다.



◆ <조식포함 아파트>, 나눔과 소통에 집중하는 차별화된 먹방

여행을 하다가 ‘조식포함’ 숙소를 만나면 일단 일정이 여유로워진다.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대충 세수만 하고 가도 되고 나가는 길에 들러도 되고.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호텔처럼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면? 콩 튀듯 팥 튀듯 바쁜 일정으로 아침을 거르기 일쑤인 우리네 일상에 누군가가 아침밥을 차려준다고? 주부 입장에서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실실 나오는 가정이다. EBS <조식포함 아파트>는 이런 ‘필요’에서 출발한다. 또 연예인들과 셰프냐, 질색을 하신 분들도 계셨지 싶으나 <조식포함 아파트>는 여느 먹방과는 결이 달랐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보다는 나눔과 소통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아파트 단지 안에 냉장고를 비치해 주민들로부터 식재료를 지원받는 한편 출연자들이 직접 방문해 수거하기도 했는데 식재료 제공을 허락한 가정에 부착된 ‘WELCOME’ 표시가 인상적이었다. 여수에서 올라온 바지락과 또 다른 가정에서 내어주신 쑥이 합쳐져 된장국이 되었고 황태포며 버섯, 닭 가슴살도 일품요리로 만들어져 주민들을 맞이했다. 예전에는 흔히 이루어졌으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유야무유 단절되어버린 주민 간의 나눔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성사된 것이다.

한 단지에 거주해도 얼굴은 처음 본다는 주민들끼리 웃으며 수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보기 좋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는 출연자들도 마음에 들었다. 알베르토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박명수는 츤데레식 유머로 손님을 맞았고 신효섭 셰프는 뚝심 있게 군말 않고 조리에 충실했으니까. 무엇보다 MBC <무한도전>부터 <세모방-버스편>까지, 꾸준히 일반인들과 소통해온 박명수의 저력이 돋보였다. 아마 우리 아파트에도 들러줬으면, 바라는 시청자들 많으셨을 게다. 부디 정규 편성되어 많은 이들에게 나눔과 소통의 기쁨을 선사하길.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빡치미>, 대국민청원 대중화 시대의 시사쇼

<빡치미>는 최근의 ‘시사 프로그램 대중화’ 트렌드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요즘 인터넷방송처럼 진행자와 게스트가 시청자를 향해 일렬로 앉은 테이블 배치부터 상징적이다. 마주보고 앉아 토론하는 진행자들을 원거리 풀숏으로 잡으며 무게와 권위를 강조하는 특유의 연출도 없다. 대신 카메라는 스튜디오에서 주제 관련 영상을 보면서 분노하거나 탄식하는 진행자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과의 감정적 거리를 최소화한다. 말하자면 <빡치미>는 ‘대국민청원 프로젝트’라는 부제에 걸맞게 대국민청원이 일상화된 시대에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시사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주제만 봐도 갑질문화, 불법주차, 미세먼지, 몰래카메라 등 시민들의 일상에 밀착한 이슈들이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감정에 호소하는 한계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피해자의 눈물을 클로즈업해 안타까움을 이끌어내고, 가장 극단적인 불법 사례를 재구성한 영상으로 분노를 자극하는 연출에 집중한다. 가령 첫 회의 ‘남양유업’ 갑질 사건 분석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은 한껏 부각시키는 한편 정작 그들을 절망으로 몰고 간 상생협약서의 부당함 같이 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간략하게 넘어가는 식이다. 불법주차를 다룬 2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왜 반복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도 그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천태만상 불법주차 유형’과 같은 분노 자극 연출에 더 힘을 쏟는다.

신개념 분노조절 시사토크쇼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프로그램이 먼저 감정을 앞질러가는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 한계가 돋보이다보니, 교육적인 콘텐츠의 진행자로 김구라가 적합한가라는 의문이나, 발언자가 온통 남성인 세계에 소위 ‘약수터 아줌마’ 복장을 그대로 재연하고 발언권 하나 없는 여성 청원단처럼 젠더차별적 문제는 사소하게 보일 지경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배워서 남줄랩>, <차이나는 클라스>가 <고등래퍼>와 만나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특집이 되다

타사 프로그램들을 너무 많이 언급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EBS <배워서 남줄랩>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출연자들이 명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민주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에 대해 토론을 나눈다는 점에서 JTBC <차이나는 클라스>가, 그 강연을 듣는 10대 말 20대 초의 젊은 랩퍼들 중 대부분이 Mnet <고등래퍼> 출신이라는 점에서 <고등래퍼>가, 그 래퍼들이 강연을 통해 느낀 바를 가사로 써서 힙합 공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MBC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이 연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배워서 남줄랩>이 단순히 이 세 프로그램의 혼성모방에 그친다는 박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10대들에게 민주시민 교육을 제공하되, 10대들에게 그 내용을 다시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는 쌍방향 대화에 가까워졌다.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의 래퍼들은 공연의 목표가 뚜렷했기에 배운 바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배워서 남줄랩>의 래퍼들은 사회학자 노명우의 강연을 통해 들은 내용을 다시 자기 식으로 재해석한다. 어떤 이는 강연을 듣기 전의 입장과 들은 후의 입장이 바뀐 반면, 어떤 이는 여전히 강연 전부터 품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유지한 랩을 들려준다.

강연을 들어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강연쇼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배워서 남줄랩>은 단순 강연보다는 쌍방향 대화에 가까운 쇼다. 쇼의 모더레이터 격으로 김숙과 유재환이 앉아있지만, 실질적인 모더레이터는 이 쇼를 볼 10대 시청자들과 강연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래퍼들인 것이다. 강연을 통해 느낀 바를 랩 가사에 녹여 낼 시간을 30분밖에 주지 않는다거나, 아직 “스웨그”나 “장악했다” 같은 자막을 쓰는 폼이 어딘가 어색하다는 점은 다소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10대를 단순 교육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대신 그들의 언어로 세상을 재해석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배워서 남줄랩>의 시도는 몹시 흥미롭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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