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뻔한 스토리지만 마동석과 반전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새로 개봉한 <챔피언>은 제목에서부터 풍겨나듯 사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다. 엄청난 팔뚝을 보여주는 마동석이라는 인물이 캐릭터인 배우를 내세우는 ‘팔씨름’ 소재의 영화. 인생의 낙오자처럼 살아가던 인물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에서 <챔피언>은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워너 브라더스가 투자는 물론 배급까지 맡은 이유는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마동석이기 때문이다. 2016년 <부산행>으로 주목을 받은 마동석은 지난해 <범죄도시>를 통해 확고한 개인 캐릭터를 가진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 그가 출연하는 <챔피언>은 어쩌면 그 캐릭터를 확인하고픈 관객들만 상정한다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여겼을 만하다.

실제로 <챔피언>은 단지 팔뚝 굵기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활용한다. 그래서 툭툭 밀치기만 해도 나가떨어지고 심지어는 얼굴만 내밀어도 오금을 저리는 깡패들의 보는 맛이 쏠쏠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외로 마동석의 팔뚝보다 그가 흘리는 눈물에 더 집중한다. 마동석이 팔씨름을 하는 소재를 갖고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를 담은 것이다.



어린 시절 입양되어 해외로 보내진 마크(마동석)는 팔씨름으로 세계챔피언까지 오르지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밀려나 결국 경비원을 전전하는 인물.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갖가지 도박판을 전전하던 진기(권율)의 제안으로 그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팔씨름 대회에 출전하게 위해 귀국한다.

당연히 대회에 대한 이야기만큼 이 영화가 차지하는 분량은 마크가 자신을 입양시킨 엄마를 찾는 과정이다. 그 과정과 팔씨름 대회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왜 마크가 그토록 팔씨름에 몰두했는가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별거 아닌 뻔한 스토리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 진짜로 짠해지는 건 팔씨름이라는 손과 손을 맞잡는다는 그 행위를 ‘가족애’라는 코드로 읽어낸 반전 덕분이다.



어딘지 어눌하고 말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입양아라는 캐릭터는 덩치가 크지만 말주변은 별로 없어 보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와 잘도 어울린다. 마동석은 확실히 이 작품을 통해 그간 근육으로 보였던 연기를 얼굴 표정이나 대사를 통해 보이는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준다. 그의 옆에서 조금은 사기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마크와 둘도 없는 형제애를 보여주는 진기 역할의 권율이 보여주는 조합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제 워너 브라더스 같은 해외의 자본이 <챔피언>이라는 영화를 통해 마동석이란 인물을 ‘가족애’를 드러내는 캐릭터로 그려낼 정도로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미국식의 장르물을 고집하지 않고 영화가 방영될 우리식의 정서에 맞춰간다는 것. 자본에는 이제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현상은 이미 우리네 대중문화 곳곳에서 일반화되어 가고 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챔피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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