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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김명민의 기적 같은 연기가 아까운 따분한 전개
기사입력 :[ 2018-05-07 16:59 ]


김명민·라미란·김현주가 만난 것은 기적이지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사실 세 주연배우들이 만난 것부터가 기적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김명민과 라미란, 김현주는 각각의 뚜렷한 색깔을 지닌 배우지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초 다시 방영된 MBC <하얀거탑, 리마스터드>의 장준혁으로 대표되는 배우 김명민은 뚜렷한 자기 색을 지닌 주연배우다. 김명민은 주로 송곳 같은 날카로움으로 권력의 세계에서 암투를 벌이는 남성을 연기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냉정하고 이기적이지만 어떻게든 그 권력의 세계에서 정상에 오른다. 그가 보여주는 남자들은 드라마 세계 속 몽테크리스토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그 징글징글한 남자들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더구나 김명민의 섬세하면서도 다부진 연기는 종종 시청자로 하여금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편 배우 라미안의 연기는 김명민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녀는 시장에서 캐스팅한 듯한 평범한 중년 여성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라미만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센스가 가미되면 라미란표 두루뭉술하고 귀여운 인물들이 만들어진다. 이 인물들의 생기발랄한 현실감은 때론 KBS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복선녀처럼 여주인공들을 능가하는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구나 라미란이 만들어낸 인물들은 귀여운 것만이 아니라 감정의 정점에서 눈물샘을 쏙 빼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반면 SBS <애인 있어요>에서 김명민보다 먼저 1인2역에 도전한 배우 김현주는 어떤 캐릭터의 여주인공을 연기해도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다.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는 조선시대의 팜므파탈 소용 조씨를, KBS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는 은근히 코믹한 차강심을, 그리고 SBS <애인 있어요>에서는 전형적인 멜로물의 여주인공과 톡톡 튀는 개성의 여주인공을 동시에 오가기까지 했다.

이처럼 세 배우 모두 개성이 돋보이지만 이들의 조합은 무언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만난 기적>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왜 이 세 명의 주연급 배우를 캐스팅했는가 짐작이 간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한편의 미니시리즈 안에 다양한 성격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코믹, 수사, 판타지, 휴먼드라마, 거기에 멜로와 로맨스까지 섞여 있다. 그리고 배우들 각각은 본인이 맡은 코드를 성실하게 끌어간다.

남편을 잃고 중국집 요리사 남편 송현철(고창석)의 영혼이 들어간 은행장 송현철(김명민)을 지켜보는 조연화(라미란)의 레퍼토리를 통해 이 드라마는 휴먼드라마와 코믹물의 색깔을 드러낸다. 반면 은행장 송현철(김명민)의 아내 선혜진(김현주)는 죽었다 살아 돌아온 이후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변한 송현철을 지켜보는 인물이다. 그리고 선혜진을 통해 <우리가 만난 기적>는 너무 가볍게 여겨질 위험이 있는 드라마에 감미로운 분위기와 로맨스의 색깔을 입힌다.



두 여주인공이 이 드라마의 다양한 장르 중 각기 다른 구심점을 맡는다면 김명민은 이 드라마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전혀 다른 성격과 환경의 두 송현철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연기해야만 이 말도 안 되는 영혼 뒤바꿈의 드라마에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중반에 이른 지금 김명민의 연기는 그런 기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장준혁 류의 인물에 최적화된 이 배우가 중국집 요리사 송현철 같은 순박하고 여린 남성 캐릭터를 이렇게 잘 잡아낼 줄은 미처 몰랐다. 더구나 극의 흐름상 요리사 송현철의 영혼에 몸에 남은 은행장 송현철의 기억들이 뒤섞이면서 이 인물은 또 다른 송현철로 진화해간다. 김명민의 연기를 통해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우리가 만난 기적>에는 있는 것이다.

다만 세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지만 정작 <우리가 만난 기적>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인 ‘믹스’는 아니다. 백미경 작가의 전작에서부터 계속 반복되어온 드라마와 장르물의 조합이 조금 지겨워진 감도 있다. 더구나 무언가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송현철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 빙빙 돌아가는 이야기의 구조 또한 흥미진진하기보다 따분한 감이 있다. 아이디어는 훌륭하고, 그 아이디어에 맞는 캐릭터들을 배우들은 잘 살리고 있다. 다만 이야기 자체에 기적 같은 힘이 실리지는 않는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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