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은 ‘전체관람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지난해 영화와 방송의 신선한 콜라보로 호평 받았던 JTBC <전체관람가>는 많은 이들이 시즌2로 돌아오길 기대한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제작진이 다시 뭉쳐 선보인 신작 예능 <방구석 1열>은 비록 <전체관람가>의 시즌2는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다소 달래줄만 하다. <전체관람가> 시청자들이 이경미 감독과 함께 여성감독 파워를 보여줄 출연자 1순위로 희망했던 변영주 감독의 등장도 반갑다.

하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영화 제작과정의 리얼리티쇼와 스튜디오 토크쇼, 그리고 그 자체로 독립적인 콘텐츠인 단편 영화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이 강점이었던 <전체관람가>에 비해 단순한 포맷과 내용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TV삼분지계]가 방구석 1열에서 그 여러 감상에 동참해 보았다.



◆ <전체관람가>의 연장선

“사실 영화라는 게 만들어질 때부터 아는 게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예술이에요.” ‘영.알.못’(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자처하는 유시민 작가와 장성규 아나운서에게 변영주 감독이 말했다. 영화는 보고 나서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서 ‘영.알.못’은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영화가 주제인 예능 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영화를 본 사람도 얼마든지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는 것. 실제로 그랬다. 영화감독들과 팟캐스트 ‘어수선한 영화이야기’를 진행하는 윤종신 씨는 물론이고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는 패널들도 즐거이, 진지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영화에 관심이 없던 이조차 영화를 찾아보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됐는데 편집일 수도 있겠으나 평소 좌중을 압도해온 유시민 작가가 말수를 줄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영화감독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방송인들이 함께 만들었던 <전체관람가>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좋을 <방구석 1열>을 보며 뜬금없이 뒷걸음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에 생각이 미쳐 심란해졌다. <효리네 민박>부터 <한끼 줍쇼>, <아는 형님>, <슈가맨>, <비긴 어게인>이며 최근 시작한 <히트맨> 등 주제도 사람도 다채로운 JTBC 예능 라인업. 그와 비교하면 지상파 예능의 미래는 안개 속인 양 답답하기만 하다. 정체불명의 MBC 새 예능 <뜻밖의 Q>는 유구무언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KBS2 파일럿 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와 <셀럽 피디>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KBS2 <절찬상영중>은 왜 정규 편성을 안 하는 걸까?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인물, 모험과 도전이 그렇게 힘든 걸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전체관람가>의 열화판

<방구석 1열>은 <전체관람가>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선보인 또 하나의 영화예능이다. 김미은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두 프로그램의 차이에 대해 ‘<전체관람가>가 영화 입문과정이었다면, <방구석 1열>은 심화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영화 메이킹 스토리, 단편 영화, 스튜디오의 다양한 감상과 해석을 두루 품었던 <전체관람가>는 제작부터 소비까지, 영화의 모든 과정을 담아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방구석 1열>은 그 과정에서 소비 부문만 가져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 소개 포맷도 유튜브에서 빌려온 것이다. 인문학과 영화를 결합한 토크쇼를 표방하는 것 역시,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문학적 사유를 품어온 매체임을 생각하면 새삼스럽지도 않다. 모든 면에서 <방구석 1열>은 <전체관람가>의 열화판처럼 보인다.



특히 ‘다양한 시선’을 내세우면서도, <전체관람가>의 단점이었던 출연자 성비불균형을 더 악화시켰다는 면에서 제일 실망스럽다. 그나마 <전체관람가>는 충무로 주류에서 활동하는 감독의 현실 성비를 반영했다는 변명이라도 있었으나, <방구석 1열>은 현실적 통계를 오히려 역행한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국내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관객층은 20~30대 여성층인데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영화애호가를 대표하는 진행자와 ‘영알못’을 대변하는 진행자를 비롯해서 영화 소비층 대부분이 남성으로 등장하며, 여성 출연자는 변영주 감독이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화 <강철비>에서 여성관객들에게 대표적인 ‘여혐 코드’로 비판받았던 “독한 년” 씬을 다시 유머 코드로 사용하는 젠더감수성 부족의 시선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제 첫 회지만, 아무래도 <전체관람가>처럼 열심히 챙겨보지는 않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 변영주

JTBC <방구석 1열>의 제작진은 영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빌미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문학적 접근을 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진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발맞춰 영화 <강철비>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선정해 리뷰한다거나, 유시민 작가의 인문학적 코멘터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구성은 쇼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보여준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거나, <강철비>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국수를 남과 북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대목을 다시 곱씹어보는 <방구석 1열>의 구성은 신선하다.



그러나 그 새로움에 대한 야심이 혹여 보는 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까 하는 마음에, 제작진은 지금의 시청자들이 익숙해 할 만한 요소들을 적극 차용한다. 그 주 선정한 영화에 대해 비평하고 인문학적 대화를 나눈다는 구성은 SBS <금요일은 수다다>나 EBS <시네마 천국>과 닮았고, 진행자와 게스트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 방구석 세트는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골방 세트를 닮았다. 영화 리뷰 유튜버 ‘거의없다’의 영상을 이용하거나, 2부 ‘머글랭 밥차’ 코너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시도하는 건 새로 유입되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 야심과 익숙함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건 변영주 감독의 존재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안 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섭외를 거절하려 했다는 변영주 감독이지만, 이미 EBS <시네마 천국>이나 수많은 대중집회에서 검증된 입담은 프로그램에 킥을 더해준다. 카메라 뒤에서 있었던 일들을 카메라 앞에서 토크로 풀어내는 데에 변영주만한 능력을 지닌 감독도 드물다. 그가 거절을 위해 제작진에게 요구했다가 덜컥 성사되어 버린 ‘개봉예정 한국독립영화 소개’ 코너 또한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이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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