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꼼꼼한 디테일과 충분한 감정이입에도 남은 아쉬움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얼마 전에 종영된 tvN 드라마 <라이브>의 후반 사건 전개는 너무 이상해서 한동안 과연 스토리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긴 한 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한 번 직접 검토해보시라. 희생자 주변에 밀가루를 뿌리는 연쇄살인자가 돌아다녀 경찰들은 초긴장상태이다. 그런데 그 연쇄살인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화장실에서 고등학생 한 명을 난도질하고 그럴 막으려던 경찰까지 칼로 찌른다. 경찰이 죽기 직전에 후배 경찰이 총을 쏴 그를 막는다. 알고 봤더니 그는 모방범이었다. 경찰이 방심한 동안 연쇄살인범은 다음 희생자를 노리다가 시민들에게 잡혔다.

모방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분명 경찰의 실수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 하지만 그 뒤 전개는 어리둥절하다. 화장실에서 총에 맞은 범인이 초범이라는 이유로 여론은 갑자기 범인에 대해 동정적이 된다. 범인이 달고 있던 바디캠이 찍은 죽기 전 동영상이 떠서 경찰이 과잉반응을 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그리고 범인이 장래가 촉망되는 잘생긴 의대생이라는 게 밝혀지자...



여러분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우리가 경찰 내부의 상황을 다 알 수는 없다. 그건 경찰 당사자나 몇 년 간 열심히 취재한 작가가 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우린 대한민국의 여론, 특히 인터넷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꽤 안다. 생각해보라. 사람 둘을 난도질해 거의 죽일 뻔 하다가 경찰 총에 맞은 범인에 대한 동정여론이 뜰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잘생긴 의대생, 초범 모두 이유가 안 된다. 바디캠이 있었다면 그건 경찰이 칼에 찔리는 장면도 잡혔다는 뜻이고 그건 경찰이 이 기괴하게 전개되는 여론을 뒤집을 무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를 꺼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이렇게 이상하게 전개되는 건, 드라마가 ‘억울한 우리 편’이라는 서사를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하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전시하는 것이 이야기 전개의 사실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직종이건 억울한 점은 있다. 범죄, 치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찰의 경우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고 이를 대변하는 목소리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늘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 총기와 관련된 경찰의 입장은 <라이브>도 몇 주 전에 방영되었던 사제총기살인범 에피소드에서 아주 훌륭하게 그려진 적 있었고 여기엔 무리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실의 제시보다 억울함의 감정에 호소하려 한다. 사실보다 우리 편의 억울함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 비슷한 정서는 노희경 작가의 이전 직장물인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접한 적 있다. <라이브>는 ‘우리 편’에 대해 나쁜 소리를 못한다. 그들은 거칠고 문제가 있는 인물일 수 있어도 절대로 선을 넘지 않고 그들의 품고 있을 수 있는 편견은 감추어져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작가는 기어코 이들에 대한 변명을 찾고 만다. 그래도 발생하는 나쁜 일들은? 모두 ‘우리 편’이 아닌 단역들이 저지른 일들이다. 그 결과 선악은 분리되고 우리 편의 따뜻함은 끝까지 유지된다.

꼼꼼한 디테일과 충분한 감정이입에도 불구하고 <라이브>의 세계가 종종 납작해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간단하게 옳고 그름이 분리되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세상의 나쁜 일들은 자신이 특별히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편견과 무지, 무관심에 의해 벌어진다. 이렇게 열심히 우리 편을 찾는다면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라이브>에는 정유미와 이주영이 연기하는 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직장내 성차별을 거의 겪지 않는다. 얼마 전 이에 대해 따로 조사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 정갈함이 영 신경 쓰인다. 이 제거가 ‘따뜻한 우리 편’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검열의 결과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높은 양반들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면 편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렇게 결백한가? 이대 학생들을 진압한 일선 경찰들은 과연 조직의 희생자이기만 했는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면 드라마는 이 해결하기 어려운 회색의 복잡함에서 눈을 돌리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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