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변호사’ 이준기가 준 기대감, 뻔한 복수극이 발목잡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새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는 방영 전부터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었다. 영화 같은 질감을 가진 영상의 예고편에 이준기, 서예지, 그리고 이혜영, 최민수까지 등장한다는 사실은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다. 게다가 이 작품을 연출한 김진민 PD는 과거 이준기와 함께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했던 감독. 기대감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무법변호사> 첫 회는 아쉬움도 컸다. 물론 시작부터 등장한 자동차신이나 기성이라는 도시로 가는 봉상필(이준기)과 하재이(서예지)가 자동차와 기차를 나란히 타고 달리는 장면 같은 액션 영상들은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어쩐지 볼거리 같은 액션들만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다. <무법변호사>는 사실상 1980년대 무협지의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재구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변호사였던 엄마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그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아이가 절치부심 힘을 길러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그 죽음의 이면에 놓여진 법과 주먹의 세계의 결탁. 그런 뻔한 복수극의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틀 안에서 전개될 거라는 아쉬움.



이런 점은 봉상필이라는 인물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부터 드러난다. 변호사였던 엄마가 어떤 자료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 엄마가 죽기 전에 찾아가라 했던 조폭두목 외삼촌 최대웅(안내상)에 의해 키워진다. 이 인물의 설정은 그래서 <무법변호사>라는 캐릭터를 구성하기 위한 인위적인 의도가 들어가 있다. 법과 무법의 중간지대에 놓여진 캐릭터를 그를 둘러싼 인물로 설명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설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이가 엄마의 죽음을 목도하고 도망치기 위해 건물 꼭대기에서 매달렸다 떨어져 살아나고, 조폭과 결탁된 비리경찰에게 다시 붙잡히지만 팔목을 물어 그 여파로 자동차 전복사고가 일어나고 거기서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현실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또 그 아이가 조폭두목 외삼촌을 찾아가 복수를 이야기하는 장면도 그렇다. 이런 비현실성은 볼거리는 될지 몰라도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된다.

또 기성으로 돌아온 봉상필이 과거 엄마의 변호사 사무실이었던 곳에 사무실을 내기 위해 그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사채업자들을 휘어잡고 자기 발밑에 두는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고, 사채업자에게 빚을 진 아버지 때문에 봉상필의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지내게 되는 하재이의 이야기도 너무 쉽게 처리된다. 물론 허구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보여줘야 되는 게 아닐까.



<무법변호사>는 그래서 그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처럼 법정극을 다루면서도 그 현실성을 깨는 ‘무법’적인 이야기가 섞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종결합적인 이야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이렇게 서로 다른 요소들의 결합은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설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법변호사>의 향후 관건은 그 ‘뻔한 복수극’의 틀을 어떻게 깰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고 보인다. “법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승소율 최고의 조폭 변호사”라는 캐릭터를 세우고 있다면 그 목적이 단순히 개인적 복수에 머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이런 가상의 허구적인 캐릭터가 왜 지금의 현실에 필요한가를 설득시키는 일. 그게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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