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변호사’ 뻔한 복수극? 현실감 주는 풍자적 요소들

[엔터미디어=정덕현] 그저 그런 복수극이 아니었던가. 그건 <무법변호사>라는 제목이 주는 착시현상 때문에 생긴 오해였다. 1회는 말 그대로 변호사였던 엄마를 살해한 이들에 대한 봉상필(이준기)의 복수극이 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라는 걸 보여줬다. 사실 그것 만이었다면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는 화려한 볼거리는 있어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끄는 요소는 약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2회를 들여다보니 일종의 사회풍자극적인 요소들이 보인다. 그건 제목에 담긴 이 드라마의 진짜 의도가 2회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법변호사>의 ‘무법’의 ‘무’자는 없을 무(無)가 아니라 싸운다는 의미의 무(武)를 의미한다는 걸 봉상필이 설명하면서다. 즉 이 드라마는 법 따위는 무시하는 변호사의 액션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싸우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봉상필이라는 인물이 싸우는 방식이 독특하다. 법을 알고 있는 변호사지만 법만으로 이 기성이라는 도시에서 정의를 세우는 일은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시장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희생양이 되어 판결을 앞두고 있는 비리형사 우형만(이대연)을 변호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형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그 역시 봉상필의 엄마의 죽음과 연루된 복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봉상필은 우형만을 이용해 그 머리라고 할 수 있는 기성의 적폐들을 겨냥한다. 법을 알고 있지만 그는 변호사로서 그 법을 쓰는 게 아니다. 복수를 위해서이고 그런 방식만이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기성의 적폐세력이 어째서 법만으로 척결되기 어려운가 하는 점이다. 그건 이미 드러난 것이지만 그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인물이 정의로운 판사인 척 하는 차문숙(이혜영)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차문숙은 차기 시장 후보를 자기 측근으로 세울 수 있을 만큼 기성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다. 그는 안회장(최민수) 같은 자신에게 개처럼 충성을 다하는 깡패를 차기 시장으로 세우려 한다.

이런 인물이 판사로 서 있으니 법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우형만의 변호는 그래서 차문숙의 사주를 받는 고인두(전진기) 같은 전관예우 변호사가 맡아, 사실상 패소를 위한 변호가 된다. 법도 차문숙이 원하는 대로 집행되고, 정치도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이런 기성이라는 도시의 권력시스템 속에서 법만으로 정의를 세우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무법변호사>는 물론 전형적인 복수극의 외피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살해당한 엄마와 조폭두목 외삼촌의 손에서 키워지며 법과 주먹 양쪽의 세계를 통해 성장한 주인공.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해나가는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 이 복수극이 지목하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풍자적 요소들이 비로소 드러난다. 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런 괴물 같은 변호사도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기성이라는 도시는 법이나 정의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고인두가 말하듯 기성의 의미는 ‘비단 기(綺)에 성 성(城)’으로 ‘비단으로 지어진 성’이란 뜻이다. 안회장은 그래서 이 도시를 변호사 같은 이들의 ‘돈밭’이라고 표현한다.

법 정의는 사라지고, 대신 무법천지가 되어 있는 기성이라는 도시는 그래서 우리네 사회가 가진 ‘사법정의’의 문제를 에둘러 비판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갖는다. 다소 복수극의 뻔한 틀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현실감을 주는 풍자적 요소들은 그래서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무법변호사>의 스토리에 몰입감을 주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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