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안한 게 최고”... ‘효리네2’가 남긴 넉넉한 위로

[엔터미디어=정덕현] “제주생활이 되게 사람들은 로망을 갖고 있지만 되게 단조로워. 여름에도 지난여름처럼 똑같이 살고 겨울에도 지난겨울이랑 똑같고 특별히 변화무쌍한 일이 없잖아.” JTBC <효리네 민박2>의 마지막 날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임윤아가 함께 간 산책길에서 이효리가 문득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그 단조로움은 <효리네 민박>이 이제껏 계속 보여줬던 것들이다. 물론 제주도의 풍광이 특별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보여준 것들은 굉장한 일들이 아니다.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가고, 두런두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술 한 잔을 하며 흥겨운 밤을 보냈던 것들. 어찌 보면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에게는 그저 하나의 일상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상은 어째서 우리에게 그토록 특별하게 보여졌던 걸까. 그 민박집 주인이 다름 아닌 이효리와 이상순이고 그 직원이 임윤아여서? 물론 그런 요인이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특별해지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 치열하고 복잡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도 이때까지는 단조로운 게 되게 너무 심심한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한 5년 되니까 익숙해지기도 하고 이런 게 진짜 안정감 있고 좋아. 마음이 편안한 게 최고인 거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불안하고(그런 게 없는 것). 막 여기 있으니까 그런 게 너무 좋아. 단조롭게 사는 거.”

이상순의 이야기는 그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이제 우리에게는 로망이 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항상 경쟁적이고, 무슨 일인가가 벌어질 것처럼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효리가 말하는 “여름에도 지난여름처럼 똑같고 겨울에도 지난겨울이랑 똑같다”는 말은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처럼 새삼 느껴진다. 마음 졸이든 아니든 계절은 그렇게 돌아온다.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



15일 간을 함께 했던 임윤아는 그 ‘평범함의 특별함’을 토로한다.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반대로 특별한 거 같은 느낌이에요.” 연예인으로서 우리보다도 더 복잡하고 화려한 삶을 살아왔을 그가 아닌가. 그러니 그 곳에서 벗어나 15일 간 지낸 단조로운 삶이 그가 말하듯 ‘행운’이 되었다는 건 당연한 느낌일 것이다.

다음 주 미방영분으로 아쉬움을 채워줄 분량이 남았지만 <효리네 민박2>는 이제 사실상 영업(?)을 끝냈다. 이번 시즌2는 눈도 많이 오고 비도 많이 와서 생각한대로의 여정들이 제대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겨울에서 봄까지 이어지는 그 계절의 변화가 그 속에는 자연스럽게 담겨졌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따뜻한 봄 햇살은 그래서 생각만큼 잘 안된다고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자연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잘 되도, 또 잘 안 되도 너무 안간힘을 쓰며 살 필요가 뭐가 있을까. 자연이 보여주는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도 그리 큰 일이 나지 않는다는 걸 <효리네 민박2>는 은연 중에 보여주었다. 단조롭고 평범한 것들이 사실은 특별한 것이라는 것. 치열하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많아서 나무들이 작게 자라는 것 같아. 높을수록 바람을 많이 맞으니까. 그래서 유명할수록 바람을 많이 맞는 거야. 유명할수록 고된 일이 많은 건 자연의 섭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한라산을 오르며 이효리가 한 말은 물론 자신들 같은 연예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말은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잘 되건 잘 안 되건 그만한 대가들은 공평하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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