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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츠’ 박형식과 ‘기름진 멜로’ 준호의 다소 위험한 도전
기사입력 :[ 2018-05-15 16:41 ]


‘기름진 멜로’ 준호·‘슈츠’ 박형식, 레벨업 성공할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아이돌그룹 출신의 준호와 박형식은 2017년 특별한 해를 보냈다. 그 전에도 계속해서 배우로서의 활동을 겸해왔지만 2017년 그들은 대표작이라 할 만한 드라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 한 해였다.

2016년 tvN <기억>에서 패기 넘치는 젊은 변호사 정진을 연기한 준호는 당시 중견배우 이성민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이돌 출신답지 않게 정극연기에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그의 매력은 2017년 KBS 히트작 <김과장>의 재무이사 서율을 통해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된다.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츤데레’스러움을 갖춘 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준호는 아무 무리가 없어 보였다. 더구나 주인공 김과장 김성룡 역의 남궁민과의 천연덕스러운 호흡 역시 일품이었다. 장난 같은 남궁민의 연기와 진지한 준호의 연기가 보여주는 리듬이 이 드라마의 큰 재미였던 것이다.



그를 발판으로 준호는 2017년 겨울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멜로물의 남자주인공을 이강두를 연기한다. 붕괴사고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젊은 청년의 어두운 내면을 이 배우는 잘 표현했다. 거기에는 이강두 캐릭터에 대한 성실하게 공부했을 것으로 보이는 노력도 한 몫 했을 것같다.

배우 박형식 역시 2017년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의 주인공 안민혁을 통해 감초조연에서 주연급의 남자배우로 급성장했다. 이 작품에서 안민혁은 여주인공 도봉순과의 달콤한 분위기는 연출하되 결코 느끼해서는 안 되는 젊은 재벌남이었다. 그리고 박형식은 이 캐릭터와 최적화된 분위기와 느낌으로 드라마의 인기에 큰 한몫했다.



2018년 현재 두 배우는 또다른 레벨업을 시도하는 듯하다. 준호의 경우 SBS <기름진 멜로>의 스타쉐프 서풍을, 박형식의 KBS <슈츠>의 경우 천재 변호사 고연우를 통해 변신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두 작품의 인물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에게도 그리 쉬운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우선 KBS의 <슈츠>는 원작 미드를 각색한 작품이지만 한국화의 과정에서 삐걱거리는 단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tvN <안투라지>의 민망함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근본 없는 허세와 입에 붙지 않는 번역투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장동건과 채정안, 진희경처럼 모델처럼 멋진 배우들이 커버한다고 해도 한계가 느껴진다. 큰 그림의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자잘한 디테일에서 부담스럽고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박형식은 처음으로 귀엽기만 한 역이 아니라 무게감 있고 쿨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변호사 역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드라마의 슈츠는 갖춰졌지만 생각보다 폼은 안 나는 게 문제다. 그 옷 안에서 배우는 최대한 감각 있게 스스로를 연출해야 한다. 그 동안 영리하게 맞춤복처럼 잘 어울리는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그에게 이번 캐릭터는 최대의 난제가 아닐까 싶다.

대사는 입에 붙지 않는 문어체고, 환한 미소가 어울리는 그는 시니컬한 표정과 태도를 보여줘야만 한다. 클럽씬에서 B.I와 함께하는 장면은 이런 민망함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박형식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같기도하다. 하지만 이 위기의 캐릭터를 스스로 재단할 수 있다면 앞으로 박형식은 어떤 인물이라도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야기가 중반에 이른 지금 박형식은 어느 정도 본인이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를 찾아가는 듯하다.



한편 이제 막 시작한 <기름진 멜로> 역시 준호가 그 동안 해왔던 연기패턴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서숙향 작가는 또드(또라이드라마)와 로맨스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작가다. 그러나 종종 과하거나, 요란하거나, 어이없게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슴 작은 여주인공의 미스코리아 진출 성공기, 유방암에 걸린 남자 아나운서의 비극, 이런 것은 서숙향 작가의 드라마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질투의 화신>은 작가의 이 요란한 기질을 연출이 감각 있게 잡아줘서 성공한 케이스다. 아직 초반부지만 <기름진 멜로>는 작가와 연출이 일심동체 미쳐보자고 달려가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준호와 함께하는 려원과 장혁은 이 정신없는 세계의 정신없음을 프리하게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들이다. 아이돌이었던 려원과 한때 래퍼를 겸했던 장혁은 감정연기를 음악처럼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프리한 리듬감이 있다. 하지만 준호는 그간 정답처럼 연기해왔고 이 정답 연기를 통해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기름진 멜로>의 세계 안에서 서풍 역의 준호는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면 자칫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성실함과 솔직함만으로는 이 드라마에 녹아들기 힘들다. 실제로 극 초반의 준호는 과장된 분위기를 정직하게 과장해서 그려낸다. 하지만 서숙향 작가의 작품은 조금은 삐딱하고 어이없고 프리하게 연기해야 특유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만약 준호가 <기름진 멜로>라는 어려운 과제를 어려운 방식이 아니라 유쾌하고 독특하게 풀어낸다면 앞으로 그의 연기가 더욱 레벨업 될 가능성 역시 충분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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