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개콘’, 다시 비상할 길은 없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지난 1년간의 시청률 추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11년만 해도 30% 가까운 시청률을 냈던 건 이제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7,8% 시청률대를 그나마 유지해온 <개그콘서트>는 최근 들어서는 5%대까지 떨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급격한 추락을 가져온 것일까.

더 심각한 문제는 시청률보다 <개그콘서트>에 대한 관심이나 반응 자체가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일요일 밤이면 <개그콘서트>가 방영되는 시간대가 있다는 그 인지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다음 날이면 다시 일주일이 시작된다는 그 아쉬움을 웃음으로 채워졌던 <개그콘서트>가 아니었던가. 월요일이면 전날 방영됐던 <개그콘서트>의 코너 이야기로 수다가 피어나곤 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개그맨들의 현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마당에 심정적 지지를 갖고 <개그콘서트>를 들여다보다가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건 ‘개그’라고 하면 최소한 기대하게 되는 웃음의 밀도가 확실히 약해졌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나 풍자가 잘 보이지 않는 반면, 그래서 늘어난 건 자극을 위한 자극을 통한 ‘억지 웃음’이다.



첫 코너를 여는 ‘기울어가’는 가세가 기운 집안을 기울어진 무대 세트를 통해 구현해놓고 거기서 지내는 한 가족의 일상을 코미디로 풀어낸 전형적인 몸 개그 코너다. 기울어진 세트에서 김장을 담그고, 그렇게 만든 포기김치를 갖고 미끄럼틀 같은 세트를 타고 내려오며 남자 출연자들의 뺨을 연달아 때리는 장면은 이 코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김치 국물이 튀고 물을 뒤집어쓰고, 경사진 그 세트를 개그우먼을 업고 뛰어오르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 코너는 웃기기보다는 자극적인 느낌을 더 준다.

‘욜로민박’은 노부부가 살아가는 일상을 담고 있지만 그 웃음의 코드는 역시 자극이다. 핫도그라며 그 받침으로 신발에 끼워 넣어 먹으라고 주거나, 콧털 자른 가위로 뚝뚝 잘라낸 면을 먹는 장면은 웃기기보다는 보기 불편한 느낌을 준다. ‘뷰티잉사이드’는 계속 얼굴이 바뀌는 남자친구의 달라진 모습으로 웃음을 주려는 코너지만, 역시 ‘외모 비하 개그’라는 그 구세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웃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불편함은 ‘내시천하’ 같은 여성화된 남성의 희화화를 담은 코너에서도 반복된다. 요즘 같은 다양성 시대에 소수자들에 대한 희화화를 떠올리게 하는 코너라니.

‘비둘기 마술단’은 마술과 엮은 코미디지만 마술의 신기함 그 이상의 코미디적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고, ‘잠깐만 홈쇼핑’은 유민상 특유의 그 억울해하는 모습을 통한 웃음을 의도하고 있지만 역시 확실한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다. 차라리 과거 ‘민상토론’처럼 날카로운 풍자 코드 같은 거라도 섞여있다면 모를까, ‘잠깐만 홈쇼핑’은 뾰족한 면을 찾기가 힘들다.



결국 <개그콘서트>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시대적 감수성’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그것이 웃겼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코드들도 있다. 외모 비하 개그나 소수자 비하, 혹은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몸 개그 같은 것들이다. 물론 그런 소재들을 비판적 관점으로 다룬다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지만, 현재의 <개그콘서트>는 당장 웃음을 만드는데도 급급해 보인다. 이래서는 과거 주말 밤을 기다리게 했던 <개그콘서트>를 기대하기가 요원해진다.

가장 먼저 <개그콘서트>가 되찾아야 할 것은 자신감이다. 물론 호평보다 비판이 더 많아진 요즘 <개그콘서트>의 의기소침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과거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왔던 그 자존심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저 당장의 웃음에 급급하다가 만들어지는 무리수가 아니라, 좀 더 자존감을 갖고 시대적 코드들이나 정서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감 있게 ‘할 이야기를 하는’ 그런 ‘건강한 웃음’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위기의 <개그콘서트>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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