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이 많아져서인가, 드라마 폭력 수위 너무 높아졌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장르물들이 많아져서일까. 아니면 사회정의에 대한 갈증을 담아내다보니 지독한 악역들이 등장해서일까. 드라마의 폭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담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고, 장르물로 주로 형사와 검사, 변호사들이 소재로 다뤄지면서 당연히 등장하게 되는 ‘살인’ 같은 장면들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들이 보여주는 자극의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법의관이 등장해 사체로부터 증거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사체 해부 장면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살해현장의 사체들이 클로즈업되고, 그 몸을 해부해 장기 일부를 꺼내는 장면들이나, 심지어 갈비뼈를 톱으로 잘라내는 장면 같은 것들이 자세히 등장하는 건 드라마의 소재상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사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며 상상 속에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칼로 난자해 죽여 보는 장면들이 주는 폭력성도 한번쯤 고려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검법남녀>는 검사와 법의관의 공조로 풀어가는 사건이니만큼 일정 부분의 사체 분석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 자극이 주는 불편함의 수위는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역시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살해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피가 튄 얼굴로 어린 아이들 앞에 서 있는 연쇄살인범을 보는 일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 또 개고기를 취급하는 이 연쇄살인범이 이웃집 개를 지하 철창 안에 가둬놓는 장면은 그 살인범의 살해 행각과 연결되면서 폭력적인 자극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리와 안아줘> 또한 연쇄살인범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게 된 이들이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그 과거의 피해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를 상기시키려는 취지를 가진 드라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폭력 수위는 보는 이들이 힘겨울 정도로 자극적인 게 사실이다.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도 어린 아이의 눈앞에서 엄마가 살해당하는 장면이나, 도주하는 아이가 건물에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장면, 그리고 자동차에서 비리 형사의 팔뚝을 물어 사고가 난 차량으로부터 탈출하는 장면 같은 것들은 그 폭력 수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복수극의 형태를 가진 이 드라마에 중요한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아이가 등장해서 겪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최근 들어 작품의 완성도나 메시지의 깊이와 상관없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폭력 수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높아져 왔다. 영화관에서 19금으로 방영되던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장르물들이 안방극장으로 들어온 지는 꽤 됐고, 그러다 보니 점점 그 폭력 수위에 대한 자극에 둔감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한번쯤 지금의 드라마들이 담고 있는 폭력이 과연 괜찮은 수준이고, 꼭 필요한 것들인가에 대해 숙고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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