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의 한국체험이 보여주는 문화공유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 “너희들에게 내가 태어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하기엔 항상 말로는 부족했어. 하지만 지금은 너희들이 한국을 겪어봤고 나에 대해 더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어 기뻐.”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3박4일 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 장민은 스페인에서 온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한 마디에는 그저 만나서 즐겁고, 또 함께 웃고 떠들고 했던 시간들이 그저 보통의 여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더 큰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것은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시간들이었다.

마지막 날 캠핑장에서 촉촉하게 내리던 빗속에서 만들어먹은 ‘불닭게티’. 짜장라면에 매운라면 스프를 섞어 만든 그 맛은 그 공간과 시간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이 있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그 맛과는 또 달랐을 게다. 김준현이 그 장면을 보며 말했듯, 음식은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그 맛의 느낌이 달라진다. 그러니 만일 장민이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스페인친구들에게 ‘붉닭게티’를 설명하면 과연 그들은 그걸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캠핑장에서 이들이 비 오는 날 함께 끓여먹은 라면 한 그릇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은 어쩌면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간의 추억들을 공유할 것이니 말이다.



마지막 날 이들이 함께 찾은 찜질방 체험도 마찬가지다. 찜질방에서 식혜와 구운 달걀, 바나나우유를 먹어보는 체험이나, 마치 빵 굽는 화덕 같은 한증막에 들어가서 땀을 뻘뻘 흘렸던 경험 그리고 그렇게 땀을 빼고 나서 먹는 팥빙수의 환상적인 맛 같은 걸 어떻게 말로 설명해서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건 함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체험들이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이처럼 멀리서 바라보면 그 실체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즉 스페인 친구들이 찜질방 목욕탕에 들어가서 토로했던 문화충격이 그렇다. 아무런 스스럼없이 옷을 벗고 다니는 것에 대해 이들은 몹시 낯설어 했고, 특히 때밀이 문화는 충격적으로까지 다가왔다. 위아래 할 것 없이 때를 밀어주는 그 행위 자체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직접 경험한 스페인친구들은 이제 때밀이 문화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눈치였다.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차츰 기분 좋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찾아간 노래방 역시 상상 그 이상의 흥겨운 시간들을 경험하게 해줬다. 창밖이 환히 보이는 노래방에서 아버지가 즐겨 불렀다는 김태곤의 ‘망부석’을 장민이 부르고, 그 알 수 없는 가사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호응을 맞춰 코러스까지 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흥이 가득했던 노래방에서의 시간들 역시 이들은 이제 공유된 문화체험의 기억으로 간직될 것이었다.

헤어지는 시간은 늘 아쉽지만, 그 3박4일 간의 경험은 이들은 이전보다 더 끈끈하게 묶어 놓았다. “이제는 네가 삼겹살 먹는다고 하면 어디에서 먹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 그래서 더 그리울 거야.” 네프탈린이 한 이 말처럼 이들은 이제 떨어져 있어도 훨씬 가깝게 서로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만큼 ‘문화 체험’이 갖는 가치를 잘 드러내는 일이 있을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즌2에 와서도 여전히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 체험에서 어떤 훈훈함을 느끼게 되는 건 그 ‘문화 공유’가 주는 특별함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