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넘은 MBC 드라마, 장르물의 선전

[엔터미디어=정덕현] 지금 드라마판은 멜로와 장르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어째서 이런 구도가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방송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멜로드라마와 장르물(그 중에서도 법정물)을 쏟아내고 있다. 멜로드라마는 SBS <기름진 멜로>, tvN <어바웃 타임>, SBS <훈남정음>이 방영중이고, 여기에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새로 합류할 예정이다. 장르물은 MBC <검법남녀>, JTBC <미스 함무라비>, KBS <슈츠>, tvN <무법변호사>, JTBC <스케치>가 방영 중이며 여기에 KBS <너도 인간이니?>가 새로 시작된다. 그리고 멜로와 장르물이 섞여있는 MBC <이리와 안아줘> 같은 작품도 있다.

결과로 보면 멜로의 참패다. 월화에 한껏 기대를 갖고 시작했던 <기름진 멜로>는 애초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검법남녀>에 시청률도 화제성에서도 밀리게 됐다. <어바웃 타임>은 1%대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뚝 떨어져 아예 관심 자체에서 멀어졌다. 수목에 새로이 들어온 <훈남정음>은 4% 시청률까지 떨어졌고 역시 그다지 큰 기대가 없었던 장르와 멜로가 섞인 <이리와 안아줘>에도 밀리고 있다(5.9%). 수목의 왕좌는 미드 원작 리메이크 법정물인 <슈츠>가 차지했다(9.8%). 주말드라마에도 장르물인 <무법변호사>와 <스케치>는 각각 6%, 3%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상파 3사의 엇갈린 성패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KBS 드라마는 최근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해내고 있다. 최근 종영한 <우리가 만난 기적>이 그랬고 현재 방영중인 <슈츠>가 그렇다. 하지만 SBS와 MBC는 애초 기대와 상반되게 성패가 엇갈렸다. 지난 10년 간 걸어온 퇴행의 후유증으로 MBC 드라마는 장기적인 터널 속으로 들어갈 거라 예측됐지만, 의외로 <검법남녀>와 <이리와 안아줘>가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와 <훈남정음>을 밀어내는 이변을 만들었다.



어째서 멜로는 참패하고 장르물은 웃었을까. 단순하게 멜로와 장르물에 대한 트렌드 변화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멜로드라마가 큰 화제가 됐던 걸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이리와 안아줘> 같은 작품은 장르물이 섞여 있지만 그 본질은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멜로드라마 자체의 함량부족의 결과라는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멜로드라마이지만 ‘현실문제’를 가미함으로써 지금껏 봐온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런 사정은 <이리와 안아줘>도 마찬가지다. 스릴러 장르물의 코드들을 가져와 가슴 먹먹해지는 멜로의 강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녀들이 겪는 아픔과 멜로 코드가 엮어져 있다는 점은 이를 단순한 멜로드라마로만 여기지 않게 만든다.



반면 <기름진 멜로>나 <훈남정음>은 그 기획적 포인트에 있어서 흥미로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즉 <기름진 멜로>는 그 중국집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갖는 흥미진진함이 있었고, <훈남정음>은 ‘훈민정음’에서 따온 제목을 패러디해 ‘남자와 여자의 말이 달라 서로 맞지 않는다’는 남녀 연애 심리를 그린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멜로에만 천착하다보니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정은 멜로만이 아니라 장르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조건 장르물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새로움이나 참신함이 있어야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건 요즘처럼 미니시리즈만 봐도 월화 다섯 편, 수목 네 편, 주말 두 편이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시대에 더더욱 적용되는 성패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선택적 시청을 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에게 뻔한 드라마들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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