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인간이니?’ 로봇을 통해 던지는 인간에 대한 질문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새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라는 제목은 몇 가지 뉘앙스를 갖는다. 우리네 드라마 소재로는 낯선 인공지능로봇 남신Ⅲ(서강준)가 주인공이니 그 질문은 이 로봇에게 던지고 있는 뉘앙스를 갖는다.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심지어 감정을 나누는 남신Ⅲ에게 던지는 질문.

하지만 이 로봇이 인간보다 더 착하고 충실하고 변심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 그 제목이 던지는 질문의 대상은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다른 ‘인간들’로 바뀐다.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는 그런 인간들. 이를테면 손자 남신(서강준)을 소유하기 위해 그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생모인 오로라(김성령)와 생이별을 하게 만드는 PK그룹 남건호(박영규)회장 같은 인간들. “너도 인간이니?” 하고 이 드라마는 질문을 던진다.

<너도 인간이니?>는 인공지능 로봇의 권위자인 오로라가 아들 남신과 생이별을 하게 되고, 그 그리움이 더해져 아들과 똑같은 로봇 남신Ⅲ를 개발해낸다는 다소 SF적 설정을 담고 있다. 첫 회에서는 인간 남신이 어머니 오로라를 찾아 간 체코에서 로봇 남신Ⅲ를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 그 놀라움에 이끌리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짧게 나온 예고편에서는 사고를 당한 남신을 대신해 남신Ⅲ가 귀국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질 해프닝들을 예고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급증한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관심이 이런 소재를 끌어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설정 자체는 완전히 새롭다 보긴 어렵다. 이미 로봇이 인간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많은 SF 콘텐츠들의 단골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드라마로 구현해냈다는 건 확실히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보인다. <너도 인간이니?>는 CG 처리 되어야 하는 남신Ⅲ라는 인공지능 로봇의 탄생과정에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CG도 그런대로 괜찮지만, 그 탄생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남신Ⅰ부터 남신Ⅱ를 거쳐 남신Ⅲ로 진화해가는 모습을 굳이 그려낸 것도 흥미롭다. 외형이 성장하는 남신의 모습에 따라 바뀌는 것처럼, 이 인공지능로봇의 기억(메모리)도 경험을 통해 누적된다. 이런 점은 남신Ⅲ를 그저 로봇이 아닌 어떤 감정을 공유해온 존재로 느껴지게 하는 설정이다. 제 아무리 로봇이라고 해도 시간을 오래 보내다보면 인간 같은 관계를 맺는 게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첫 회가 상황 설명을 해주는 일종의 설정이라면, 2회부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로봇이 귀국해 경험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거란 점에서 흥미로워진다. 그건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로봇보다도 더 잔인해진 인간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잃어버린 인간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일 수 있다. 물론 강소봉(공승연)과의 관계를 통해 마치 ‘별에서 온 그대’의 인공지능로봇 버전 같은 달달한 멜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의 1인2역을 해내는 서강준의 연기에 조금씩 빠져들다 보면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앞서도 말했듯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에게 “너도 인간이니?”하고 묻게 되고, 로봇보다 더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게 “너도 인간이니?”하고 묻다 보면, 이제 그 질문은 “당신은 과연 인간인가”하는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본원적인 존재의 질문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 드라마가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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