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파’ 미슐랭보다 군침 도는 백종원의 서민음식 탐방

[엔터미디어=정덕현] 개인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은 이른바 미슐랭 별점을 받은 음식점을 찾아가진 않는다. 그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이 ‘스트리트 푸드’라고 붙여진 제목에 걸맞게 그 나라의 ‘서민 음식’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백종원이 이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면모는 마치 ‘도장 깨기’ 하러 도복 하나 걸쳐 메고(그래서 꼭 가방도 그런 가방을 든다) 길거리를 걸어가는 무사 같다. 물론 그가 하려는 건 ‘도장 깨기’가 아니라 그 나라의 숨겨진 ‘음식 깨기(?)’지만.

이번에 방영된 일본 후쿠오카편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처음에 찾아간 이자카야에서 먹은 야끼만두와 감자 샐러드 그리고 닭 날개 구이나,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돈코츠 라면, 시장에서 돌아다니며 사온 명란젓, 갓무침, 고등어조림을 밥과 국을 곁들여 먹는 한 끼나 어둑해진 저녁 포장마차에서 옆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 잔과 곁들인 안주들이 그렇다. 그건 모두 주머니가 풍족하진 않아도 그 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들이다.



현지인들이 찾는 숨은 맛집이라는 우동집에서 바로 앞에 주방장이 직접 전통방식으로 말아주는 우동 한 그릇을 먹는 모습이나, 제철 식재료로 그 때 그 때 내놓는 백반집에서 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새삼 느끼는 모습은 산해진미가 아니어도 충분히 포만감을 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저런 곳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음식점들의 화려함은 없지만, 거기에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 같은 것들이 돋워놓은 식욕이 담겨진다. 백종원은 그 속에 들어가 마치 그 서민들이 즐겼던 그 방식 그대로를 재연한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리액션도 지극히 일상적이다. 감탄사를 남발하고 “어 좋다”라던가 “죽인다”라고 구성진 목소리를 더하는 백종원을 보며 한밤 중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고문이 따로 없는’ 식욕을 느끼게 된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그러나 이 서민 음식을 담는 영상을 미슐랭 급으로 끌어올렸다. 잘 찍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듯, 만들어 내놓아진 음식에서부터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원재료로 거슬러 올라가는 편집장면은 그 음식의 제작과정을 다이내믹하게 이해하게 만들고, 때때로 역사적 정보를 곁들여 백종원이 설명하는 음식의 기원에는 CG가 더해진 역사적 장면들로 당대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무엇보다 길거리 음식조차 군침 돌게 찍어내 놓는 영상의 화려한 빛깔과 색감 앞에 시청자들은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



그 미슐랭 급 영상은 서민 음식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예찬을 자연스럽게 메시지로 이끌어낸다. 굳이 서민 음식이 최고라 말하지 않아도 그 영상에 들인 정성이 그 메시지를 충분히 전하고 있는 것. 그래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보다보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시청자들도 거기에 가면 그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미슐랭이 아니라도 혹은 미슐랭이 아니어서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진짜 그 곳의 음식을.

한 밤 중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려들면 좀체 다른 채널로 돌리기가 어려운 프로그램이 바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다. 하지만 그건 그저 음식이 주는 자극적인 욕망이 때문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거기에는 서민들이 갖는 헛헛한 허기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느껴지는 훈훈한 정감. 그 따뜻한 온기가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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