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조합을 찾은 ‘비긴어게인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비긴어게인>은 여러 가지의 끌림 요소를 갖고 있는 예능이다. 우선, 머무는 여행 콘셉트로 외국의 풍광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여행 예능이며, <나는 가수다>류의 가창 예능을 선호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멋진 공연과 가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 뮤지션들이 모든 것을 리셋하고 유럽인들에게 신인 혹은 무명 가수의 입장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지점은 호기심과 함께 국가대표 마케팅, 케이팝 콘텐츠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불편한 지점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리버풀에 가서 비틀즈를 커버하는 등 뻔하고 올드팝 메들리 같은 나이브한 선곡과 예능적 재미를 위해 가미한 요소들이 거슬렸다. 그 때문에 실제로 성공적인 버스킹이었는지, 한 무리의 낯선 동양인들이 대대적인 촬영팀을 대동하고 펼치는 무대라 관심을 갖은 건지, 이소라와 윤도현의 음악성을 단박에 알아보고 감동을 받은 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뮤지션들의 자의식과 아티스틱한 면모를 부각하는 콘셉트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사실 버스킹이란 친근하게 다가가는 가장 소박한 무대이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태도다. 그런데 완벽을 추구한다며 벌이는 히스테리나 자아도취, 뻔한 칭찬과 감탄은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일종의 예민함과 개인주의를 완벽주의자의 프로 정신으로 포장하고 보여주는데, 요즘 시청자들에게 경외의 감정을 일으키기보다 내적 평온함을 헤쳤다.

팀을 꾸려갔지만 하나 되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시즌1의 이소라와 윤도현도 그랬지만 시즌2의 메인보컬인 김윤아와 로이킴은 거의 대부분 따로 무대를 가지면서 함께 버스킹을 한다는 시너지나 판타지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서로 화음도 쌓아주고 연주도 함께하는 장면에서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던 협업의 재미와 새로운 음악이 있는 건데 각자 맡은 무대에만 집중하다보니 기존 팬들에게만 어필하는 언플러그드 공연을 넘어선 볼거리와 예능 차원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감소했다.



그런데 이런 단점들,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요소들을 모두 극복한 것이 시즌2의 두 번째 팀이다. <비긴어게인> 시리즈에 필요한 재능과 재미 요소, 방향성 모든 것을 갖춘 최선의 조합이다. 우선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팀들 중 가장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팀이라 그런지 의사소통에 대한 부담이 적은 듯하다. 그래서 오히려 별다른 의미부여나 이런저런 설명이나 비장미 없이 담백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예민함과 완벽주의를 드러내는 아티스트 마케팅이 없다보니, 시청자들도 스트레스가 없고, 서로 잘 어우러지고 함께하는 즐겁고 밝은 여행기가 펼쳐진다. 하림의 말을 빌리자면 제작진이 섭외 콘셉트를 이상하게 잡은 까닭에 아빠, 엄마, 오빠, 막내딸로 구성된 ‘패밀리밴드’의 탄생이다.

오랜 친구인 하림과 박정현 그리고 조카뻘인 헨리, 수현으로 구성된 이 팀은 모두 노래가 가능하며 각자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하림은 다른 음악성이나 악기에 대한 재능을 떠나 실제 해외 버스킹 경력 또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뮤지션이다. 경력이나 장르 차이를 넘어서 박정현은 수현의 보컬에 화음을 쌓아준다. 각자 여러 악기를 두루 다룰 줄 알고 음악적 배려심이 있다 보니 누군가의 원맨밴드로 흘러가던 다른 팀들과 사정이 다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방송한 어떤 비긴어게인 팀보다 단체곡이 많다.



국내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비장미와 진지함은 훌훌 떨쳐버리고, 서로 즐겁게 음악을 나누는 밝은 모습이 여유롭고 로맨틱한 풍경에 잘 어울린다. 구성된 악기와 보컬로 아델의 곡이나 히트 팝송인 ‘shape of you’ 등 현지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곡을 편곡해서 선보이니 호응이나 집중도도 남다르다. 그렇게 음악을 즐기면서 재밌게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헨리의 음악적 재능, 수현의 보컬이 가진 매력 등등이 재발견되고, 열악한 음질을 뚫고 나오는 박정현의 보컬과 만능 음악인인 하림이 재조명된다.

여기에 파두 하우스에서 맞은 난관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보여줘서 훨씬 인간적이고 리얼하게 다가온다. 이런 인간적인 매력들,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공연 등이 있다 보니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따라가고프게 만든다. 아티스트의 자의식을 내려놓고, 낯선 여행지에서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바람을 느끼며 음악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의 공연을 쫓아다니다 보니 끊겼던 여행 예능에 대한 판타지가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일까. 3%대로 뚝 떨어진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으로 5.8%까지 수직 상승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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