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의 변화, 정치색보다 아이디어 돋보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불러도 될 법했던 이번 지방선거는 이미 선거 전부터 어느 정도 결과는 예측된 바 있다. 그래서 개표방송에 쏠린 관심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어느 정도 여야가 박빙의 대결을 벌였어야 그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을 테지만, 개표 방송 1시간 정도가 지나고 어느 정도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에는 긴장감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걸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케이블 채널의 특성상 개표방송이 아닌 본 방송을 유일하게 했던 tvN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상승이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무려 8.2%(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고, <수미네 반찬>도 5.3%로 둘 다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압도적인 표차로 드러난 초반 개표방송을 보고는 채널을 돌렸다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채널을 붙들어 놓은 몇몇 개표방송들이 눈에 띄었다. 그 대표적인 방송이 MBC가 기획한 ‘배철수의 선거캠프’다. 어째서 유시민과 전원책이 JTBC가 아니라 MBC 개표방송에 출연하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개표방송은 과거 <썰전>의 톰과 제리 콤비를 재연시키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개표 결과를 분석하면서 다소 거칠어지는 논쟁에서 배철수가 중심을 잡아주며 이뤄진 이 ‘선거캠프’ 방송은 개표방송이라고 하면 정치인들이 나와 분석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자화자찬 혹은 자기변명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발랄함을 보여줬다. 워낙 인기가 높은 유시민의 힘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그 반대급부로서 엉뚱한 질문을 하고 마치 <썰전>을 다시 하는 듯한 예능의 면모를 드러낸 전원책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물론 유시민과 배철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일 뿐이었지만.

또 지난 대선 때도 그랬지만 이번 개표 방송에서도 독특한 CG를 연결해 마치 유튜브 짤방을 보는 듯한 발랄함을 선보인 SBS 개표 방송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 대선 때 ‘삼국지’를 패러디해서 화제가 되었던 만큼, 이번 개표 방송에서 Mnet <프로듀스 101>의 센터선발전을 패러디한 대목이나, 후보들의 캐릭터에 맞는 짤방을 더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반면 JTBC의 개표방송에 대한 분석을 담은 <뉴스룸>은 4.4% 시청률로 생각보다 선전하지는 못했다. 반응도 정치인들이 출연해 손석희가 좌장으로 앉아 벌이는 그 방송은 마치 <100분 토론>을 재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날 <뉴스룸>이 6% 대의 시청률을 냈다는 걸 상기해보면 이 날 JTBC의 성적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썰전>의 주역이었던만큼 유시민과 전원책을 소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온 건 그래서다.

이번 개표방송을 보면 이제 우리네 선거문화도 확실히 달라져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과거 지역색 같은 대결구도를 끄집어내던 정치색 강한 개표방송에서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해 하나의 축제 같은 느낌을 더하고 있어서다. 배철수가 <선거캠프>를 통해 했던 “정치가 지나치게 엄숙하다”는 말 속에 담겨있듯이 이제 개표방송도 엄숙주의를 벗어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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