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멜로’·‘훈남정음’, 게으른 멜로와 한물 간 로맨스의 지루함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와 수목드라마 <훈남정음>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지루함이다. 만듦새가 과하게 모자란 건 아니지만 자꾸만 채널을 돌리고 싶어진다. 특히 두 작품 모두 공중파 드라마답게 화면은 현란하고, 전형적인 로맨스의 패턴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 패턴이 쉽게 읽힌다는 점이고, 장점이 있다 한들 그리 빛나지는 않는다.

두 작품 중 완성도에서 더 심각함을 보이는 건 <기름진 멜로>다. <마녀의 법정>과 <돈꽃>을 통해 확실한 성공작을 만든 정려원과 장혁, 그리고 배우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준호가 합류한 이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꽤 괜찮은 기대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더구나 서숙향 작가는 전작 <질투의 화신>을 통해 <파스타> 이후 시청률 면에서도 오랜만에 괜찮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름진 멜로>는 극 중반에 이른 지금까지 지리멸렬하다. 주요 줄거리는 억울하게 호텔 중식당에서 쫓겨난 서풍(준호)이 조폭 출신 두칠성(장혁)과 손잡고 중국집 ‘헝그리웍’을 성공시키는 이야기다. 이 스토리에 단새우(정려원)와 서풍, 두칠성의 묘한 삼각관계가 끼어든다.



뭐, 여기까지 문제는 없다. 다만 <기름진 멜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진행시킬 힘도, 로맨스에 빠져들 만한 분위기도 만들지 못한다. 그럴 힘이 없으니 곁가지가 너무 많다. 물론 진정혜(이미숙), 채설자(박지영), 왕춘수(임원희), 오맹달(조재윤) 등이 보여주는 코믹한 장면들은 배우들의 명연기로 나름 보는 재미는 있다. 이 코믹한 장면이 넘쳐나서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를 갉아먹다가 드라마가 끝나서 문제지만.

더구나 이 황당한 코믹 장면들 역시 보다보면 이상하게 지루하다. 작가의 히트작인 <파스타>, 작가의 전작인 <질투의 화신>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빤하게 겹쳐지는 장면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파스타>에서 두 주인공의 설정은, 은근히 서풍과 단새우의 장면에서도 겹쳐진다. 또한 <질투의 화신>의 황당하고 유치하지만 독특했던 유머감각은 <기름진 멜로>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그것도 너무 비슷해 똑같은 장면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름진 멜로>는 기껏해야 ‘게으른 멜로’에서 끝나 버린다.



한편 수목드라마 <훈남정음>은 전형적인 ‘황정음표’ 로맨틱코미디물이다. 잡지사 직원 김혜진(<그녀는 예뻤다>), 프로그래머 심보늬(<운빨 로맨스>)에 이어 이제 황정음은 아예 커플매니저 유정음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유정음은 전작에서의 황정음처럼 여전히 입술을 삐죽거리고, 코믹한 표정을 짓고, 뒤에서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낸다.

물론 황정음은 특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KBS <비밀>이나 MBC <킬미힐미>에서 이 배우는 본인이 얼마나 풍부한 감성을 눈물로 보여줄 수 있는가를 증명했다. 문제는 MBC <그녀는 예뻤다>의 대성공 이후 황정음이 특유의 로코퀸 캐릭터로 굳어졌다는 데 있다.

<훈남정음> 역시 이런 황정음의 캐릭터를 무한소비하는 드라마다. 장면 장면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특색이 없다. 더구나 연애코치와의 연애라는 설정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 당연히 <그녀는 예뻤다>가 지녔던 의미 있는 메시지나 특유의 아련한 정서도 찾기 힘들다.



이 지지부진함을 <훈남정음>은 남궁민과 황정음 두 배우의 발랄한 매력으로 채워나간다. 특히 코믹연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 평범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보이도록 분투한다.

하지만 아무리 황정음이 노력해도 <훈남정음>의 한계는 분명하다. 더구나 황정음이 특유의 분위기로 연기하는 평범하고 착한데 알고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도 시대에 뒤쳐진 감이 있다. 두 배우가 열심히 설레는 장면을 쌓고는 있다. 하지만 이미 그 장면들을 예상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저 유행 지난 2015년 트렌디 룩을 다시 살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두 드라마를 보느니 시청자들은 차라리 채널A <하트시그널>을 다시보기 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그 이야기에는 게으르고 철 지난 로맨스 대신 무언가 가슴 두근두근한 로맨스의 긴장감이 살아 있으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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