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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J’가 기레기 퇴치 성공한다면 KBS 역사에 남을 거다
기사입력 :[ 2018-06-18 16:31 ]


‘저널리즘 토크쇼 J’,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탄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월드컵 열기가 가득했던 주말 밤 KBS1에서는 한 가지 재밌는 시도가 있었다. 2년 만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내놓았는데 캐치프레이즈가 무려 ‘기레기, 가짜뉴스 퇴치 프로젝트’다. 웃음의 비핵화 선언을 했던 기존의 <미디어포커스> <미디어비평> <미디어인사이드> 등과는 달리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점잖은 태도와 권위는 내려놓고 타사의 오보, 자사 비판, 거기다 웃음까지 장착한 새로운 버전의 미디어비평 콘텐츠를 선보였다.

KBS가 저널리즘을 비평한다니 그게 가장 재밌는 부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SBS가 김어준을 데려와 전혀 다른 시사토크쇼를 만든 것처럼 정준희 교수, 최강욱 변호사, 외신기자 안톤 숄츠와 정치 팟케스트에서 이름을 날리는 최욱이 패널을 맡고, 정세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KBS 보도국 기자들이 심층 취재를 해서 논의를 보충하는 형식이다. 쉽게 말해 언론보도만을 다루는 시사토크쇼의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적극적인 변화 모색이다. 공영 방송사로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과 대중적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언론을 비하하는 ‘기레기’라는 말을 둘러싼 사회적 함의를 들여다보고, 당시 정권에 부역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세월호 사건 보도 참사 이후, 세간에 널리 퍼진 이 단어는 사주나 사측의 입장에 따라 보도하는 풍습, 전문성은 떨어지고 아님 말고 식의 경마장식 보도에 열중하는 우리 언론, 특히 보수 언론과 공영방송 보도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다분히 의도가 의심되는 BBC 오역 기사 문제를 다루고, 드루킹 사건 보도에 있어 중대한 잘못을 범한 YTN과 채널A의 오보를 짚는다(관련 취재 문제로 YTN과 심각한 마찰을 겪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짚어본다는 것은 사실 KBS 보도국의 경우 자아비판의 동의어라 할 수 있다. 우리나 언론의 문제 중 하나가 언론인들이 사명보다는 다음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권력과 매우 밀접한 연을 맺는 경향인데, 그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하루아침에 뉴스 데스크에서 특정 정당 대변인실로 직장을 옮긴 민경욱 전 KBS 앵커다. 이런 걸 보고도 ‘자성의 목소리 안 나옵니까?’ 라고 다그치는 최욱의 말이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 없었다.



오늘날,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으면 많은 시청자일수록 공영 방송의 보도는 올드하거나, 잘못되었거나, 아마추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영향력 있다는 보수 신문사들이 외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도리질해서 가져다 쓰는 나쁜 버릇, 실체나 취재 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식으로 보도를 눈덩이처럼 키운 드루킹 문제에서 보듯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나 바른 소식에 대한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대중의 관심과 무관하게 무책임한 칼춤을 춘다. 보다 중차대한 국가적 비위에 해당하는 국정원 댓글 관련 보도에 임하는 태도나 세월호 보도 때 보인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이런 보도 관행과 행태를 스스로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온 진일보다. 이런 식으로 그간 언론이 행해왔던 ‘술수’를 파헤치겠다고 한다.

그간 언론은 성역처럼 다뤄졌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떨어진 공중파 앵커 출신 후보는 놀랍게도 언론 탄압을 캐치프레이즈로 꺼내들었고, 조선일보에서 30여년을 보냈다는 강효상 의원 또한 스튜디오에 출연해 이번 정부의 언론 탄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국내 최대 신문사 데스크 출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빈약한 이분법적 논리와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패널들의 옅은 미소에서 왜 더 이상 보수를 자임하는 정당이나 조선일보가 지금껏 해왔던 프레임 전략이 안 먹히는지 이번 방송을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방송을 동색이던 KBS가 만들었다.



“KBS 프로그램(정확히는 보도)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날카롭게 평가해달라”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첫 회만큼은 성역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타사의 보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비판하는가 하면, 자신의 살을 내어주며 뼈를 취하려 한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런 현실을 토대로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재미가 있었다. 칭찬과 비판이 동종업계에서 같이 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첫 걸음이며, <썰전>을 비롯한 여러 시사토크쇼와 달리 외부인들이 아닌, 내부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첫 번째 시도다.

더 이상 가짜 뉴스가 세상을 집어먹지 못하는 이유는 언론인들의 노력이나 수준 때문이 아니라 크로스체크가 가능한 매체들이 촘촘하게 들어섰기 때문이며, 대중들이 공영방송과 같은 기득권 언론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부 밀어버려야 한다는 최욱의 발언을 두고, 잠시 미뤄두자고 했지만, 모두를 밀어버릴 태세로 준비한 미디어비평이라니, 명승부가 거듭되는 월드컵 시즌 중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재미와 웃음이 있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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