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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리를 알라”...‘골목’ 백종원 리더십에 담긴 은근한 울림
기사입력 :[ 2018-06-19 17:36 ]


백종원, 요식업 큰손의 멘토링이 빛나는 ‘골목식당’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tvN <알쓸신잡>,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프로그램 각각의 매력도 그 중 하나다. <알쓸신잡>은 지식인 남성들이 올망졸망 수다 떠는 귀여운 토크쇼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어쩌다 어른>은 전문 강의에서 오락성을 뽑아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차이나는 클래스>는 전문가의 영역을 맛깔나게 소개시켜 주는 지식강의 뷔페로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허나 이 프로그램들의 성공 이유에는 대중들의 고상한 지식에 대한 갈망도 한몫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대중들은 TV를 통해 고상한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길 바란다. 먹고사느라 바빠 잊고 있던 내면의 윤리성을 찾고 싶은 욕망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다들 아무리 거물 정치인의 자리에 있다고 한들 막말하는 홍준표처럼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고상함은 이제 이 사회에서 당신이 좀 더 괜찮은 사람임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줍은 가치 정도는 된 것이다. 그리고 드넓은 사교육 시장이 의미하듯 그 욕망은 여전히 전문가를 통해 손쉽게 배우는 학습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반면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남의 돈을 가져가는 방식의 윤리, 즉 장사의 윤리에 대한 고민은 미개척지다. 그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마냥 남의 성공은 여전히 부러움에 그칠 따름이다. 여기에 20세기 대한민국을 지배한 이데올로기 ‘하면 된다!’가 첨가되면 누구나 성공을 위해 뛰어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너도 성공했으니, 당연히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상한 신흥종교 같은 믿음이 싹트는 것이다.



그 결과 수많은 식당들이 폐업하고, 또 수많은 식당들이 부푼 꿈을 안고 꿈만으로 손쉽게 창업한다. 하지만 꿈으로 만든 요리가 허망한 결과를 낳는 경우는 허다하다.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과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이 허망한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백종원은 MBC <마리텔>의 백주부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알려졌지만 다들 알다시피 요리사는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프렌차이즈를 거느린 요식업계의 큰손 사업가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백종원이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자리하면서 그의 존재, 그의 요리는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설탕의 과다사용 같은 작은 논란부터 거물 사업가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런 논란이 있다고 한들 그는 예능인으로서 꽤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만은 틀림없다. 누룽지 같은 구수한 목소리와 설탕과 고기로 만들어진 듯 편안한 살집, 그리고 백주부 시절부터 보여준 천연덕스러운 예능감도 그 중 하나다. 또한 편안한 친근함과 날카로운 눈썰미가 공존하는 흔치않은 캐릭터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백종원은 음식 잘 먹는 요식업 큰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그는 <골목식당>을 통해 사고파는 요식업 세계의 윤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고상한 담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주 간소하고, 어찌 보면 당연할 정도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이익을 남기고.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파는 것. 이것이 요식업계의 정답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의 창업자들은 이 정답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허덕이고 망해간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이익과 상관없이 고집대로 육수를 내고 국수를 삶는다. 누군가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는 요리는 훌륭하지만, 경영의 센스가 부족하다. 누군가는 식당이 지나치게 허름해서 손님들이 들어오길 꺼린다.



백종원은 이들 사이를 파고들며 이들의 단점과 약점을 쿡쿡 찌른다. 가끔은 이들의 고집을 꺾기 위해 직접 사업주와 요리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스파이처럼 이들의 주방에 잠입해 부끄러운 식당의 민낯을 다 보여준다.

하지만 <골목식당>의 묘미 중 하나는 멘토 백종원이 이들을 스파르타식으로 닦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백종원의 방식은 소크라테스에 가깝다. ‘너 자신을 알라.’의 21세기 버전인 ‘네 요리를 알라.’에 가깝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위해 백종원은 그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준다. 실패에서 성공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건 닦달이 아니다. 바로 실패를 지렛대로 삼아 성공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여유다.

백종원은 여유가 없는 골목식당의 이들에게 여유를 선물한다. 또한 그들을 위한 최적의 레시피를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사업주들이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고 요식업의 윤리를 배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백종원의 이런 활약은 <골목식당>을 엿보는 우리에게도 은근히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우리 모두 우걱우걱 지식을 우겨넣는 학습보다, 어쩌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더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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