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딘데??’, 지진희 대장이 있어 사막에서도 든든해진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람의 진가는 위기 속에서 드러난다고 했던가. KBS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가 탐험하는 사막은 지진희의 진가를 끄집어냈다. 맏형으로서 대장 역할을 자처했던 지진희는 이틀 만에 사막 횡단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한때 공황장애가 있어 해외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며 사막은 “한증막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한 차태현, 엉덩이에 습진 트러블이 생겨 걷는 것보다 그것을 더 불편해하는 조세호, 제대로 잠을 못자 조금 걷고는 미열 때문에 어지럼증을 호소한 배정남. 모두가 어떤 한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힘겨운 건 대낮이면 40도가 훌쩍 넘어버리는 온도 때문에 쉬는 것조차 고역이라는 점이었다. 지진희는 간간이 나무 그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는 베두인들의 이동 방식을 보고는, 사막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걸 확인했다. 나무 그늘은 나무가 뿜어내는 습기로 인해 훨씬 온도가 낮춰졌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막횡단의 루트가 되어주고 있었던 것.

지진희는 루트를 잘 짜는 일이 이 사막 횡단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실감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다간 도저히 못 갈 것”이라는 판단 하에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그것은 본인이 먼저 앞장서 나가 간간히 쉴 수 있는 그늘을 찾아 루트를 개척하는 것. 본인은 두 배 이상 힘들 수 있는 일이었지만, 대장으로서 맏형으로서 그는 그 책임을 떠안았다.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조금이라도 무리하지 않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제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말하는 지진희였지만, 정작 자신은 그 힘겨운 루트 개척에 앞장서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신과 동행해야 하는 제작진을 먼저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나무 그늘을 루트로 하는 길도 결국은 끊겨버렸다. 앞장 서 걸으며 전방을 살피던 지진희는 분지 형태로 되어 있어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진짜 사막’이 자신들 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해가 없는 시간대, 즉 해질 무렵과 새벽 해뜨기 전에 10킬로 정도 되는 그 길을 주파하지 않으면 한낮 땡볕 속에 탐험대가 모두 갇혀버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진희는 어두워질 때까지 최대한 많이 걸어놓고 새벽에 일찍 출발해 그 10킬로 구간을 뚫고 나가자는 전략을 세웠다. 어찌 보면 조금 힘들 수 있는 제안이었지만 지진희는 동료들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진희는 유호진 PD에게 “이런 구간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선택을 해주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며 엄격해진 자신의 이유를 드러내줬다. 결국 그의 ‘확실한 선택’ 덕에 그 날 그들은 무사히 목표 거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막이 공간이기 때문에 그저 계속 걷는 그 장면으로 어떤 재미와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이 사막 횡단기가 의외로 다양한 묘미들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게다. 그것은 사막의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후적 특징에서 루트를 짜는 일과 공략하는 시간 같은 것들이 중요한 횡단 전략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어서다.

지진희가 대장으로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도 그래서다. 그저 무작정 버티며 걷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또 대원들의 컨디션을 하나하나 살피며 나아가 솔선수범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사막이라는 위기의 공간이 끄집어낸 그의 책임감 있는 리더십은 이 오지 속에서도 어떤 든든함과 훈훈함을 주면서 동시에 탐험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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