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최초 비무장지대 찾은 ‘1박2일’, 부쩍 가까워진 북

[엔터미디어=정덕현] 생각보다 너무나 평범했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은 더 짠해지고 묵직해졌다. KBS 예능 <1박2일>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찾은 건 ‘예능 사상 최초’. 지금껏 민간인의 발길이 닿지 않아 그 안에서는 어떤 삶이 펼쳐지고 있을까 궁금했던 시청자라면 국내의 여느 마을과 그리 다르지 않은 대성동 마을의 풍경이 의외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곤 할 때마다 금방이라도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여겨지던 곳이 바로 그 곳이 아닌가.

하지만 <1박2일> 팀이 들어가 만난 그 곳에서 먼저 시선에 들어온 건 해맑게 시골 길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아이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곳이 비무장지대라는 사실은 까무룩 지워지기에 충분했다. ‘자유의 마을’이라는 지칭처럼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소박한 시골 마을이 바로 그 곳이었으니.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차를 타고 금세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이 곳을, 10여 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던 <1박2일>이 이제야 찾았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졌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손을 맞잡았던 게 이미 2000년 6월이었다. 또 2007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평양을 방문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 후 10여 년 간 그 교류는 뚝 끊겨 있었다. <1박2일>이 가까워도 가지 못했던 건 이런 시대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을 갖고 다시 열린 남북 간 소통의 물꼬가 아니었다면 <1박2일>의 대성동 마을 방문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성동 마을을 찾은 <1박2일> 팀은 먼저 그 곳의 역사가 담긴 자유의 집을 찾아 그 마을주민들의 남다른 삶에 대해 들었다. 매일 거주민들의 인원을 점검하고, 외부인들이 들어왔을 때는 항상 군인이 따라붙는다는 이장의 설명은 겉보기엔 여느 마을과 같아도 그 곳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또 그들은 자유의 마을의 상징처럼 휘날리는 거대한 태극기를 교체하는 일을 도왔다. 남북 간 대치상황에서 경쟁적으로 더 높게 하려다 보니 까마득히 올라간 그 첨탑 위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바람에 끝이 헤진 태극기를 교체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1박2일> 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 마을과 역사를 함께 한 대성동 초등학교에서는 일일교사를 하며 그 곳 아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노루 떼의 출몰이 삶의 불편함이라고 말하는 자연이 살아있는 그 곳이지만 아이들의 숫자는 너무 적었다. 네 명 정도가 한 반일 정도로. 그 곳 아이들이 만든 대성동 마을을 소개하는 영상 속에서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축구를 해도 인원이 부족하다며 하루 빨리 북측의 아이들과도 함께 뛰어 놀 수 있었으면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불과 800 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옥상에서 보면 북측 마을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고, 소리를 지르면 들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으로 나뉘어 갈 수 없는 그 곳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너무나 평범해 보여 오히려 짠했던 대성동 마을.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그 곳까지 가는데 10여 년이나 걸린 <1박2일>. “내년에 평양으로 <1박2일> 특집을 갈 것 같다”는 데프콘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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