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이블랙·마리, 이것이 요즘 부부의 삶

[엔터미디어=정덕현] 등장부터가 심상찮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우리가 다른 부부들에게서 봐왔던 아침의 풍경이 뒤바뀌어 있어서다. 정규 편성되면서 새로 투입된 제이블랙과 마리 부부 이야기다. 알람소리에 먼저 일어난 남편 제이블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하고, 능숙하게 아침준비를 하는 동안 아내 마리는 늦잠을 잔다. 늦게 일어난 아내에게 서둘러 아침상을 준비하며 권하는 남편의 모습.

두 사람은 스타일부터가 남다르다. 보라색 레게 머리를 한 마리와 길게 기른 머리를 머리끈으로 묶은 제이블랙. 역시 이름난 프로 춤꾼들이라 스타일도 스웨그가 넘친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부부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같은 크루의 동료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또 그것이 반전이다. 어딘지 거칠 것 같은 선입견을 갖게 되지만 이 부부는 서로에게 존댓말을 한다. 아니 존댓말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건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다.

아침상으로 제이블랙이 내놓은 건 고수를 잔뜩 얹은 차돌박이 구이에 역시 고수가 들어간 라면 그리고 밥이다. 프라이팬 째로 놓고 먹는 그 밥상에 눈에 띄는 건 즉석 밥. 이 부부가 얼마나 실리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괜한 격식이나 격의에 얽매이지 않는 느낌이지만, 아내 마리가 고수를 좋아해 잔뜩 챙겨 넣은 요리에서는 제이블랙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마침 그 날은 이들이 시댁을 찾아가기로 한 날이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자주 등장한 것이 시댁 찾아가는 날 며느리들이 뭘 입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다. 정규로 돌아와 방영된 첫 회에도 민지영이 어버이날 선물을 갖고 시댁에 갈 때 역시 조신하게 챙겨 입고 가려는 며느리의 고민이 등장한다. 그런데 제이블랙과 마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름 조신한 원피스라고 산 옷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시댁을 가기 위해 화장을 하는 마리와 그 시간동안 게임을 즐기는 제이블랙의 모습도 남다르다. 보통 그런 상황이면 으레 등장하는 게 ‘빨리 빨리’를 외치는 남편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아내의 모습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마치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달라도 당연하게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화장이 다 끝날 때까지 자기 시간을 즐기는 모습에서 이 부부가 가진 여유 같은 게 엿보인다.

시댁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이 시댁도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워낙 제이블랙의 스타일이나 개성이 뚜렷해서 그 부모들도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일 지도 모르지만, 마리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다가왔을 리가 만무다. 살짝 등장한 인터뷰에서 시어머니가 말하듯, 처음엔 “정신 나간 애들” 같은 모습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개성이고 스타일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면 그 안에 담겨진 진짜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제목에 담겨 있듯이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바라본 우리네 결혼 생활이라는 ‘이상한 나라’를 관찰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며느리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그 ‘이상한 나라’의 문제들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제이블랙과 마리 부부의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건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이상한 부부’다. 지금까지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갖고 있던 그런 부부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삶의 모습.

그런데 과연 이들 부부의 삶이 ‘이상한’ 걸까. 어쩌면 그 삶은 요즘 부부들이 꿈꾸는 삶일 수 있다. 오히려 과거 부모 세대들이 살아왔던 그 삶이 ‘이상한’ 것이고.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제이블랙과 마리 부부를 등장시킨 건 프로그램의 균형을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처음에는 이상해 보여도 그것이 요즘 부부들의 새로운 모습이고, 그런 변화된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도 얻을 수 있다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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