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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2’ 예상 밖 흥행 비결, 코믹은 살리고 ‘여혐’은 죽이고
기사입력 :[ 2018-06-28 16:18 ]
‘탐정2’, 마지막 카메오의 진짜 의미는?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탐정2>가 흥행중이다. <탐정1>이 속편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지만, 성공은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탐정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드문 평가를 받으며,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전편의 장점은 살리면서, 전편의 단점들은 이어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씀처럼 들릴 테지만, 여기서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짚는 것이 중요하다.



◆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이어받지 않기

<탐정2>는 전편의 캐릭터와 설정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만화방 주인이자 아마추어 블로거인 정대만(권상우)과 강력반 반장이자 ‘버럭’과 ‘츤데레’가 섞인 노태수(성동일) 콤비가 1편의 말미에 암시되었듯, 탐정사무소를 열며 시작된다. 전편에서 제시한 캐릭터와 이들의 콤비플레이를 장점으로 파악한 것이다. 맞다. 형사물이 난무하는 와중에 이들의 개성은 독자적인 차별성을 지닌다.

<탐정> 시리즈는 형사스릴러물이 아니라 코믹형사물이다. ‘셜록 홈즈’ 보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명탐정 코난’에 열광하는 덕후이자, 앉은 자리에서 그럴듯한 추리를 좔좔 쏟아내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겁부터 덜컥 내는 소심하고 유아적인 캐릭터 정대만은 꽤 사랑스럽다. 여기에 성동일이 뿜어내는 정겨운 생활연기와 살짝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중년남자 노태수 캐릭터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다. 이들이 경제적인 압박과 경찰이 아닌 민간 탐정으로 열악한 여건을 딛고, 중대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그런데 두 사람만으로는 뭔가 참신함이 부족하다. <탐정1> 이후 드라마 <추리의 여왕>과 영화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권상우와 성동일 모두 수사관으로서 이미지를 쌓은 탓에, 친근하지만 식상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커 여치(이광수)를 끼워 넣음으로써 신선도를 높였다. 이광수는 그동안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라이브> 등에서 입증해보였듯이 연기력이 꽤 좋은 배우이다. <탐정2>는 이광수가 예능인으로 쌓아온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그의 연기력도 십분 살리는 맞춤형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 코믹은 살리고, ‘여혐’은 죽이고

<탐정2>는 주연배우, 제작자, 촬영감독, 무술감독까지 전편의 스태프들이 함께 하였다. 달라진 것은 감독뿐이다. 여기서 굉장한 차이가 발생했다. <탐정1>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여성혐오’가 대폭 개선된 것이다. <탐정1>은 당시 칼럼 [‘탐정’, 재미는 있다만 편협한 여성혐오는 어쩔 셈인가](http://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4844)에서 분석하였듯, 이중적인 의미에서 ‘여성혐오’를 깔고 있었다.

첫째는 중심사건인 ‘교환살인’이 남성들의 연대로 여성들을 죽이는 ‘페미사이드(여성살해)’라는 점이다. 남성들이 ‘살처회’에 가까운 모임을 결성해, 자신들에게 배신을 안겨준 여성들을 죽이는 품앗이를 한 것이다. 여성이 살해되면 배우자가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피하기 위해, 나와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잔혹하게 죽이면서 이 여자를 죽이면 나와 같은 분노를 품은 남성이 내 여자를 죽여줄 거라 믿는다니, 발상부터 굉장한 ‘여성혐오’를 품는다. 영화는 6명의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사건을 보여주면서도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나 고통을 조명하지 않으며,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둘째는 사건 해결에 나서는 두 남성에 대한 묘사가 품고 있는 ‘여성혐오’적 면모이다. 영화는 노태수와 정대만을 아내의 잔소리와 가사노동의 압박에 시달리는 ‘공처가’로 그리며, 서로 공감대를 확인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영화는 정대만의 아내를 남편의 꿈과 재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바가지를 긁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러나 정대만이 생계노동과 가사노동을 방기하는 동안 아내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영화는 이들의 싸움을 희화화할 뿐, 정대만이 아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노태수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가사노동을 하는 노태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주고, 이를 들킨 뒤 정대만과 우애가 깊어지는 것으로 그린다. 이는 영화가 가사노동을 남성성의 결핍인양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여성혐오’의 면모가 <탐정2>에서는 급격히 개선됐다. 사건자체도 ‘페미사이드’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기득권자들의 조직적인 악행이다. 사회복지재단의 위선적인 행태와 ‘의도가 다른 공범’이 얽힌 묵직한 사건의 얼개가 흥미롭다. 전편에 이어 정대만이 ‘영빨’을 받은 듯 줄줄 추리를 읊조리는 상황도 추리극으로는 걸맞지 않지만, 가벼운 극의 분위기 상 그리 거슬리지는 않는다. 또한 정대만이 아내와 겪는 갈등이 대폭 감소했다. 물론 시리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기 업고 수사하는 정대만’의 모습을 비추기 위한 티격태격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도 짧게나마 제시되고, 아내와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노태수의 조언도 첨가되며 일방적인 희화화로 흐르지 않는다.

노태수도 ‘마초인척 하는 공처가’가 아니라, “우리 집 왕따”로 묘사된다. 또한 이를 일방적인 자기연민으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은 전편과 다른 태도이다.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상처 입은 모성을 그린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연출했던 이언희 감독의 손길이 닿은 결과, 극심한 ‘여성혐오’를 품고 있던 텍스트가 멀쩡하게 달라진 것이다.



◆ 마지막 카메오의 의미?

<탐정2>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보다 나은 결말을 보여준 것도 훌륭하고, 모두에게 합당한 성취와 보상이 돌아간 것도 만족스럽다. 이를 위해 처음에는 삐걱거렸던 경찰과의 공조도 절묘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탐정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며, 어떤 입지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를 심정적으로 납득시켰을 뿐 아니라, <탐정>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이 모든 해피엔딩의 정점에서 마지막 카메오가 등장한다. 카메오의 등장은 단지 재미를 위해 배치된 것이 아니라, 탐정 법제화를 둘러싼 논의를 품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표창원 의원은 “탐정 법제화에 힘을 싣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탐정법도 곧 통과될 것이고, 미리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대사를 통해 탐정의 법제화를 기정사실화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5년부터 9개의 탐정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만 폐기되었고, 현재 2개의 탐정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으며, 통과도 불투명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의 사법시스템에서 탐정이 불필요할 뿐 아니라, 사생활침해의 우려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전직경찰이 경찰조직과 유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관비리’의 우려도 제기되며, 무엇보다 탐정이 합법화될 경우 경찰의 공적 서비스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영화에서 코믹하게 제시하거나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처리됐던 상황들이 현실의 층위에서는 나름 굵직한 이권이 얽힌 첨예한 문제들이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편 탐정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탐정이 불법촬영(‘몰카’)이나 ‘악플’ 수사, 그리고 보험사기 적발에 당장 투입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에도 디지털 범죄의 피해자가 민간업체(일명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으며,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보험사 조사관 등 민간인과 검·경이 공조하여 보험범죄 전담 합동대책반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해커 여치’의 활약이 돋보인 이유와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이 보험사기 신고포상금인 것은 이러한 현실의 맥락을 감안한 것이다.

영화 <탐정> 시리즈가 승승장구할수록 탐정 법제화에 대한 논의에 힘이 실릴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허허실실 재현하는 ‘탐정’과 현실의 ‘탐정’ 논의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파악하기 위한 분별이 필요하다. 가령 피해자의 약혼녀에게 5천만 원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억울하고 끔찍한 사건의 수사가 착수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5천만 원이 있든 없든, 탐정이 존재하든 안하든) 경찰이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탐정이 있어서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5천만 원과 탐정이 아니라, 더 나은 경찰 서비스가 아닐까. 탐정제도가 활성화될수록 가난한 피해자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우려는 없는지, 수사마저 ‘민영화’되어 ‘공공서비스’가 형해화 되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탐정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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