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기만 해도 훈훈한 ‘꽃할배’, 김용건이 있어 즐겁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지난 2015년 3월 그리스여행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7월 첫 방송된 후 매년 방영됐었기 때문에 이 3년 간의 공백은 아쉬움이 컸다. 더 이상 <꽃보다 할배>가 시즌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 배낭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아파 걷는 것도 영 불편했던 백일섭 같은 어르신에게는 더더욱.

다행스럽게도 그 3년의 공백 동안 수술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백일섭은 돌아왔고, 워낙 건강했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다만 짐꾼으로 늘 함께 해왔던 이서진이 이제 자기도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다고 말하는 게 우스우면서도 조금 짠해질 뿐.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에는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막내’가 투입됐다. 그 막내는 다름 아닌 연예계에 대표적인 신사로 알려진 김용건이다. 이미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용건이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에게 더더욱 각별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가는 형들이(?) 모두 젊은 날부터 동고동락해온 분들이기 때문이다.

김용건의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신사다운 모습은 공항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형들을 기다리고, 한분씩 올 때마다 커피를 직접 사다 주는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심지어 이서진에게도 커피를 사다주는 김용건에게서는, 젊은 세대들과도 나이 차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일섭은 김용건과 50년 지기 선배였다. 방송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자신을 챙겨줬다고 한다. 그래서 첫 만남부터 그들은 아무런 이물감도 없이 어우러졌다. 이서진은 지난 여행에서 늘 걷는 게 불편해 뒤처지곤 했던 백일섭이 이번 여행에서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용건이 함께 하게 되면서 이서진은 훨씬 든든해졌다. 김용건이 알아서 백일섭을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도 되고 못가면 다음 생에 가면 된다”고 말하는 백일섭이 숙소를 찾아갈 때 뒤처지게 되자 김용건이 이 대목에서 “마이웨이를 깔아줘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방송으로서도 백일섭을 챙기는가를 잘 보여줬다. 이서진은 솔직히 예전에는 백일섭의 뒤처짐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알게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어쩌면 유쾌한 기분과 웃음이야말로 힘겨울 수 있는 여행도 즐겁게 만드는 청량제가 아닐까. “싱거운 소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 ‘건건이’로 불린다는 김용건은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예고편에서 슬쩍 나온 것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쳐온 이서진에게 “지나온 거야? 그럼 후진하라고 해”라고 말하는 대목에게서는, 힘든 상황도 유쾌한 농담으로 한바탕 웃고 넘어가게 해주는 김용건의 진가가 보였다. 함께 다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꽃보다 할배>. 막내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이 여행은 더더욱 유쾌해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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