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변호사’의 아쉬운 대본, 명품연기만 남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주말드라마 <무법변호사>가 종영했다. 최고시청률 8.9%(닐슨코리아)로 끝을 맺었고, 사필귀정의 해피엔딩을 맞았다. 기성시를 쥐락펴락했던 차문숙 판사(이혜영)와 그의 문고리였던 남순자(염혜란)는 수의복을 입었고, 안오주 전 시장(최민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문숙의 권력에 빌붙던 비리검사, 언론인도 모두 검거되었다. 그리고 봉상필(이준기)과 하재이(서예지)는 여전히 많은 권력형 비리들을 캐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함께 서울로 입성했다.

사실상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건 마지막 법정에서 차문숙 판사가 무너지는 그 과정이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아서다. 남순자의 공판에서 오히려 차문숙의 비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봉상필과 하재이의 일격은 법정 드라마를 많이 봐온 시청자들로서는 납득되기가 어려웠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드라마 <귓속말>의 “악은 성실하다”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차문숙 판사와 그 측근들은 이 드라마 후반부에 오면서 그리 ‘성실한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봉상필과 하재이의 계략에 기다렸다는 듯이 당하는 모습만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이렇게 된 건 대본이 촘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법변호사>는 너무 쉬운 복수극 장르물의 정해진 길을 걸었다. 당하던 봉상필과 하재이가 안오주와 남순자를 이용해 차문숙을 무너뜨린다는 설정이었지만, 너무 이야기가 단순했다. 그나마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든 건 기성시라는 가상도시를 통해 최근 우리가 겪은 대통령 탄핵을 패러디한 점이 있어서였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를 이 풍자적인 장치들이 넘어가게 해주었던 것.

그럼에도 <무법변호사>에 시청자들이 몰입했던 건 배우들의 남다른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법변호사 사무실에서 봉상필과 함께 일하는 부하직원들의 마당극을 연상케 하는 어색한 대사들은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악역들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있어 이런 단점들을 채우고도 남았다.

차문숙 판사를 연기한 이혜영은 조용한 눈빛과 목소리 하나로도 독특한 악역의 아우라를 만들었다. 결국 수의를 입게 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지하는 그 꼿꼿함은 이 드라마가 끝까지 힘을 잃지 않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시청자들은 바로 이 차문숙이 무너지는 그 장면을 보기 위해 16부작을 계속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혜영보다 더 주목할 배우는 최민수였다. 이혜영의 충복으로서 지시를 행동으로 옮기는 안오주 역할은 최민수가 아니었다면 그만큼 소름 돋게 표현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시장 자리까지 올랐다가 다시 모든 걸 잃고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안오주에게서는 어떤 무상함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지나치게 단순화된 대본의 부실함이 만든 결과이겠지만, 어쩐지 <무법변호사>는 최민수와 이혜영이라는 배우들의 악역 명품연기가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온 동력이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종영 후에도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먼저 최민수와 이혜영이 떠오를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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