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vs 부담감, ‘미스터 션사인’ 관건이 된 2회

[엔터미디어=정덕현] 400억 대작. <태양의 후예>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 이은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의 새 드라마. tvN <미스터 션샤인>은 이미 태생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첫 방에 쏠린 기대감도 그 어느 작품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첫 회 시청률로 거둔 무려 8.8%(닐슨 코리아)라는 수치가 그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첫 회는 어땠을까. 그만한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말한다면 ‘반반’이다. 첫 회는 아직까지 본 드라마의 배경을 보여준 것뿐이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사건 속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1871년 신미양요 시기 복잡하게 돌아가는 조선의 상황들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탄생한 캐릭터들이 소개됐을 뿐이다.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는 맞아죽고 어머니는 우물에 몸을 던져 죽는 비운을 겪은 유진(이병헌)은 도공인 황은산(김갑수)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가게 된다.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에 대한 애정이 있을 리 없는 그는 그러나 미국에서도 미국인이 쉽게 되지 못한다. 또래 아이들에게 갖은 구박과 차별을 받으며 자라난 그는 어느 날 자신이 미국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그건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고애신(김태리)은 평범한 사대부가의 딸처럼 보이지만 어딘지 심상찮은 면모를 부모에게서 이어받았다. 의병 조직에서 활동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부모를 둔 것. 죽기 전 부모들이 남긴 이야기들은 사실상 고애신의 소명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익(김의성)이 동료들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그의 어머니(김지원)는 “당신 죽이러 갔다. 오래 걸려도 꼭 갈거다”라고 말했고, 이완익의 총구 앞에 그의 아버지(진구)는 “얼마면 남은 생을 자식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로 부끄러운 아들로 명예도 없이 조국도 없이 살 수 있나”고 일갈했다.

결국 이 먼 길을 돌아 이제는 미국인의 신분이 되어 조선으로 돌아온 유진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고애신의 만남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가진 장점이 멜로를 통해서도 삶의 은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면, 이 두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나갈 사랑 이야기와 구한말 조선에서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그 이야기가 병치될 가능성이 높다. <미스터 션샤인>에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가 바로 그것일 게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없지 않다. 그것은 24부작이라는 긴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뒤섞이는 서사시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무게감을, 지금껏 서정시가 더 어울려 보였던 김은숙 작가가 굳건히 어깨에 짊어지고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첫 회가 꽉 채워지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어찌 보면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가 ‘멜로 장인’이라는 그 틀을 벗어나 더 확장된 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가 가늠될 수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열강들이 모여든 구한말이라는 시기는 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듯이 현재의 글로벌한 드라마 제작환경 속에서 앞으로 선호될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미국과 일본, 중국 나아가 러시아까지 조선의 시공간 속에 겹쳐지는 시기가 바로 구한말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서는 이런 시기를 담아내는 소재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콘텐츠에 있어서 바로 그 열강들(?)이 글로벌 플랫폼 속에서 국경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미스터 션샤인>이 쓴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그래서 첫 회만으로 그 무게만큼의 기대치가 채워지긴 아직 어렵다. 다만 그 무게감 있는 시기와 그 곳에서 탄생한 인물들이 소개됐으니 오히려 이 드라마의 관건은 2회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숙 작가의 빠른 이야기 전개가 매력적인 인물들을 통해 등장하게 될까. 무거운 부담감을 기대감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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