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모든 게 먹방이 되는 이영자만의 특별한 먹방

[엔터미디어=정덕현] 다이어트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또 다른 먹방처럼 보인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이 보여준 이영자의 이른바 ‘오골계란 다이어트’가 그렇다. 매니저와 생애 첫 동반 CF 촬영을 하기 전 날 부기를 빼야 한다며 선언한 다이어트. 이영자는 다른 건 먹지 않고 오골계의 초란을 삶아 먹는 걸로 하루를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오골계 초란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그가 하루 동안 먹을 양으로 준비한 계란이 무려 50개. 그 중 두 판은 매니저 몫이었다. 계란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초란을 깨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것뿐이지만,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출연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식욕을 느낄 정도였다. 이영자 특유의 음식에 대한 설명과 맛 표현을 더해 순식간에 한 판을 먹어버리는 그 장면은 다이어트라고는 했지만 먹방에 가까웠다.



라디오 CF 녹음장에 가서 마침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하게 차려진 음식상 앞에서도 이영자는 다음날 CF 촬영 때문에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먹방이라고 하면 진수성찬을 깔아놓고 만끽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영자의 오골계란 다이어트를 빙자한 먹방(?)은 그 역발상을 보여줬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올라가는 식욕과, 그래서 작지만 더 속속들이 느끼게 되는 초란 하나의 맛.

부기 빼기 운동을 하기 위해 한강고수부지에 매니저와 함께 간 이영자는 거기서도 독특한 그만의 먹방 세계를 보여줬다. 사실 자신도 먹을 게 별로 없는(?) 초란을 거기서 만난 젊은 연인에게 하나씩 나눠준 것. 그는 삶은 초란 하나를 주면서도 특유의 음식에 대한 표현을 채워넣었다. “오골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겨...” 그리고 초란을 주면서 은근하게 “넣어둬”라고 말하는 장면은 역시 먹방 만큼 웃음의 장인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이영자의 이런 잠재력을 깨워놓은 걸까. 사실 이영자는 과거 “없으시면 오라이-”를 했던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스튜디오 출연자로 나왔던 신현준이 말했듯 그는 한결같은 모습이 매력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잘 먹는 캐릭터고 잘 먹는 만큼 멘트도 맛깔나게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이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전지적 참견 시점>을 만나 시너지를 이룬 면이 있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매니저와 함께 한다는 점과 그렇게 찍어온 영상을 두고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이 토크를 통해 멘트를 더해준다는 형식이 가진 힘이 더해져서다. 이런 이영자의 멘트가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이영자의 매니저는 음식의 세계를 잘 몰랐다가 이영자를 통해 알아간다는 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동반자가 아닐 수 없다. 이영자가 제 물을 만나게 된 건, 그의 말을 들어주고 되새겨주는 이 프로그램의 형식과 무관할 수 없다.



지난 회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점 셰프와 일종의 썸을 타는 모습을 통해 멜로적 코드로 먹방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다이어트를 빙자한 역발상 먹방을 선보인다. 그토록 많은 먹방들이 소개되었지만 이영자의 먹방이 물리지 않고 계속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물론 거기에는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형식과의 시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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