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우스 헬퍼’, 제발 청소에 집중해 주세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웹툰과 드라마의 감성은 비슷한 듯 다르다. 웹툰은 스크롤바를 내리는 순간의 감성과 호기심을 통해 독자를 잡아끈다. 드라마는 장면의 전환과 켜켜이 쌓이는 서사를 통해 시청자를 잡아둔다. 또 하나 웹툰은 드라마보다 좀 더 감정입이 쉽다. 독자는 스크롤바를 내리는 손의 감각과 이야기의 감각을 일치시키며 좀 더 이 이야기 스며든다. 또한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독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웹툰은 의외로 속도가 느리고 나른해도 독자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웹툰을 연결고리로 한 감성과 감각의 교류만 가능하다면 말이다. 반면 드라마는 나른해지는 순간 지루해진다. 이 때문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은 생각보다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원작이 담고 있는 유머코드와 감수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런 웹툰 원작의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나름 영리하게 위험을 피해간 경우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사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서사의 진폭이 없다. 그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에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툰과 달리 종종 지지부진하게 느껴진다. 제작진은 이 단점을 주인공 이영준(박서준), 김미소(박민영)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매력을 통해 커버한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유머소스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 때문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특별한 이야기 진행은 없는데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가는 유형의 드라마다. 그리고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가는 것은 웹툰의 대표적인 매력 중 하나이기도하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원작 웹툰이 지닌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화면으로 옮기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독자들의 공감을 샀던 <당신의 하우스 헬퍼>의 감수성은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지루하고 감상적인 이야기로 변해 버린다. 더구나 여성 인물들의 현실적인 일상다반사를 보여주는 작품은 이미 많았다. 작품성이나 현실감 면에서 <당신의 하우스 헬퍼>를 충분히 능가하고도 남는 작품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그런 드라마에 비해 현실감도 공감도 썩 가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하우스 헬퍼>의 매력은 이런 잔잔한 감수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하는 하우스 헬퍼 꽃미남 김지운(하석진)의 존재에 매력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배우 하석진의 시그니처인 깐깐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은 이 캐릭터에 새로운 입체감까지 준다.



그런 면에서 지루했던 <당신의 하우스 헬퍼> 1, 2회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김지운이 윤상아(고원희)가 거주하는 집에 들어가 막 청소를 시작하려 할 때였다. 현대인에게 청소란 먼지, 그리고 쓰레기와의 전쟁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청소전쟁을 멋들어지게 끝내는 남자란 잘만 만들어주면 터미네이터나 람보 못지않은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기관총이 아닌 청소기를 든 남자가 누구보다 멋질 수 있는 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의 하우스 헬퍼>는 이 기회를 놓쳐버린다. 하우스 헬퍼의 청소장면이 깨작깨작 화면으로 잠시 비춰질 뿐 곧바로 지루하고 감상적인 이야기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하우스 헬퍼>의 승부는 감성 드라마가 아니다. 바로 시원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청소 장면이다. 쓰레기집이 먼지 한 톨 없는 집으로 뒤바뀌어 가는 마법의 순간을 왜 그대로 날려버리려는 걸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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