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의 일본 인기가 사재기라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드라마로부터 비롯된 일본에서의 1차 한류에 이어 2010년, 지난해부터 다시금 한류 붐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카라’나 ‘소녀시대’ 등 걸 그룹이 있다는 소식이 자주 보도되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안에서는 그 인기를 절감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J-pop 주간종합 차트 상위에 랭크되며 선전하고 있다고들 하나 거품이라느니, 사재기라느니 별의별 낭설이 다 떠도는지라 반신반의 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두어 달 전쯤이었을 게다. ‘카라’와 함께 Mnet <비틀즈 코드>에 출연한 가수 성시경이 공연차 두주 남짓 도쿄에 머물렀을 당시 체감했다는 ‘카라’의 인기를 생생히 전해주었다. 거리에서는 아무 때나 ‘카라’의 노래가 들리는가하면 도심 곳곳에 사진이 걸려있고, 그리고 일단 TV를 켜기만 하면 음악방송이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CF든 어딘 가에서는 ‘카라’가 나오더라는 것.

진위가 궁금해 현지 체류 중인 우리나라 사람에게 물었더니 요즘 일본 TV에는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게 한국 관련 소재가 집중 조명을 받는 실정인데 특히 ‘카라’의 경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건 물론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게 된 일본인들의 대부분이 ‘카라’ 얘기를 먼저 꺼낸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있을 때는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았던 본인도 어느새 ‘카라’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고. 그러면서 지난주는 ‘카라 주간’으로 명명하고 싶을 지경으로 ‘카라’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지난 14일 ‘카라’를 초대한 칸사이TV <모험 튜토리얼>은 방송국장이 셋씩이나 마중을 나오는 환대를 했는가 하면 17일 NHK <뮤직 재팬>은 'presents KARA'라는 50분짜리 단독 스페셜을 마련했고 22일에 방송된 니혼TV <슷키리> 역시 ‘카라’를 세계적인 스타로 대우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흥미로웠던 건 정작 당사자인 ‘카라’는 출연조차 하지 않은 아사히TV의 <야메 토크>다. 대형기획사 요시모토 흥업 소속 인기 개그 콤비 ‘아메아가리 결사대’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KARA 게닌(藝人)'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카라’에게 반해버린 남자 연예인 7명을 초대해 수다를 펼쳤는데 패널들의 평균 연령이 42세라는 사실도, 그중 꽤 얼굴이며 이름이 낯익은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어디 그뿐이랴. ‘카라’가 추는 세세한 춤사위들을 죄다 꿰뚫고 있었으며 뮤직비디오에서 펼쳐지는 손놀림이며 표정, 동작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외우고 있었으니 그 어느 누가 그들의 팬심에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물론 모두 연예인들이고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흥미를 돋우고자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게 <청춘불패>를 모를 수 있느냐 정색을 하고 방청객에게 묻는다거나 올 초 벌어졌던 일명 ‘KARA사와기(카라 소동)’ 때 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안타까워했다는 사실을 토로할 때는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간 홍보에 디딤돌이 되어준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의 ‘카라’ 사랑이야 익히 잘 알려진 바 있지만 이처럼 ‘카라’를 아끼는 이들이 많을 줄이야!

이건 뭐랄까? 평소 인사 한번 없이 데면데면 지내던 이웃이 어느 날 불현 듯 다가와 내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퍼붓는 기분이랄까? 선뜻 손을 내밀기는 왠지 어색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훈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도 그저 입에 발린 인사성 발언이 아니라 진심어린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인지라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전폭적인 한류 지원이 실제적으로는 반한류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 마당이다 보니 이렇듯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상호 공감을 통한 교류가 반가울 밖에.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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