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샤를 합시다3’의 복고가 끄집어내는 현재의 결핍과 갈증

[엔터미디어=정덕현] 보통 ‘비긴즈’라는 지칭은 할리우드 시리즈물에서 이른바 ‘리부트’의 개념으로 많이 사용한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어떻게 지금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후속작으로만 만들어지던 개념을 뒤집어 놓은 것. 하지만 tvN의 새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가 붙인 ‘비긴즈’는 그 목적의식이 살짝 다르다.

물론 <식샤를 합시다3>도 구대영(윤두준)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그런 음식에 대한 남다른 조예와 철학을 갖게 되었는가를 ‘비긴즈’의 형태로 되돌아가 담아내는 형태를 갖추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의 탄생과정을 보는 맛만큼 흥미로운 대목은 2004년으로 되돌아가 청춘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 이지우(백진희)라는 첫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는 복고의 맛이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를 닮아 있는 이 구조는 현재 2018년에 교통사고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구대영과 이지우가 과거를 회고하며 그 때의 그 서툴렀던 사랑의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면서 그 때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피어난다. 좁은 반 지하 자취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던 기억과 비가 너무 많이 와 방이 물에 잠겨버리는 해프닝들, 그리고 옥탑방으로 이사해서는 너무 뜨거워 친구들이 선풍기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일들, 또 구대영과 이지우가 만나게 됐던 같은 연립에서 벌어졌던 귀신 소동 같은 것들이 마치 시트콤 같은 웃음으로 피어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멜로와 음식이다. 애초부터 <식샤를 합시다>라는 시리즈가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멜로와 음식이 엮어지는 그 화학작용이 흥미롭다. ‘비긴즈’로서 2004년 구대영이 이지우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드디어 미식의 세계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것은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다.

음대 앞에 있는 자판기 커피맛이 남다른 걸 알고 늘 거기서 커피를 마시던 구대영은 이지우가 그 관리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 커피맛의 비율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 비율을 알려주는 대신 막창을 사주는 자리에서 구대영은 이지우의 남다른 미식의 공력을 알아차린다. 같은 음식이라도 맛깔나게 먹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이지우에게 구대영은 음식과 그에 대한 매력을 동시에 느낀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왜 하필 비긴즈를 타이틀로 걸고 과거로까지 돌아가는 복고를 담게 되었을까. 그건 물론 복고가 주는 향수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결핍이 무엇인가를 음식을 통해 보여주기 위함이다. 구대영은 동생이 찾아오자 민어집으로 데려가 민어를 어떻게 맛있게 먹는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미 그 정도로 미식을 즐길 수 있고, 또 그럴 만한 여유도 갖게 되었지만 어딘지 허함을 느낀다. 과거 없던 시절 겪었던 첫 경험들(사랑이든 미식이든)이 주는 설렘이 어딘가 사라져 있는 듯한 허함이다.

그래서 다시 이지우를 만난 구대영은 음식을 통해 과거 자신을 설레게 했던 그 순간들을 되새겨보려 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가진 결핍과 갈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유가 있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지만, 그래서 별 감흥이 사라져버린 중년들에게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끌고 가는 복고의 맛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마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듯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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