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예능 ‘와썹맨’ 그리고 박준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가장 핫한 예능은 무엇일까? 가장 재밌게 보는 예능은 무엇인지, 요즘 트렌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등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박준형의 구김 없는 자존감과 폭넓은 친화력, 어눌한 한국말 덕분에 그런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본 사람은 없다는 박준형의 <와썹맨>은 지금 추세로 보면 길거리에서 시작되어 입소문으로 널리 퍼진 웹 예능 사상 유래 없는 히트 상품이자 TV와 연계한 디지털 콘텐츠 중 가장 긍정적인 모델을 만들어낸 예능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TV판의 스핀오프라거나 새로운 시도가 담긴 볼거리라서가 아니다. <와썹맨>은 사실 JTBC 예능 <사서고생> 시리즈에서 파생된 방송이지만 이를 알고 즐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웹 콘텐츠의 플랫폼 확장 등과 같은 방송마케팅 용어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인기가 많은 건 그냥 단순히 재밌기 때문이다. 혁오의 문신을 구리다고 말 하고, ‘내가 걔네들을 왜봐’라며 음악에 딱히 흥미를 못 느끼며, 크러쉬를 열성팬 정도로 여기는 등 길에서 마주친 일반인이든 유명 연예인이든 인기나 위치 여하에 따른 반상의 구분이 없다. 자기중심을 잡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반백살의 자유로운 영혼이 그대로 표출되는 박준형의 자연스런 ‘스웩’에 세대나 플랫폼을 떠나 귀의하게 된 탓이다.



<와썹맨>은 말로 풀면 사실, 정말 별것 없다. 박준형이 시청자들에게 어디가 핫한지 추천해달라고 하고, 댓글에 달린 핫한 동네를 무작정 찾아가서 체험한다는 게 전부다.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는 무정형의 예능이 <와썹맨>의 개요이고, 박준형이 출연진의 전부이며, 방송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업로드 되는데 시간은 고작 5~10분 내외다. 그런데 단순한 내용과 달리 <와썹맨>의 탄생 과정은 나름 큰 그림 안에 포함된,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JTBC 디지털 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만든 <와썹맨>은 사실 JTBC 디지털 콘텐츠의 대표 전략 상품이다. 이에 대해 말하기 전 먼저 박준형과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 마련한 경비로 여행을 즐기는 콘셉트의 JTBC 여행 예능 <사서고생> 시리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서고생> 시리즈와 <와썹맨>은 ‘마블유니버스’를 차용한 방송과 디지털 콘텐츠의 연계 사례이기 때문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하면서 구축한 내러티브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시리즈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시리즈 사이사이에 마찬가지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TV 드라마나 웹 콘텐츠를 채워서 빈틈을 주지 않는다. 애초의 <와썹맨>도 <사서고생> 시즌1이 종영한 이후 관련한 이야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페이크 리얼리티로 출발했다. 특유의 말투와 ~쓰, BAAAM 등과 같은 유행어로 주목받은 박준형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다보니 입소문은 금방 퍼졌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본가라 할 수 있는 <사서고생>보다 더 큰 반향을 얻자 페이크 리얼리티 콘셉트도 버리고 박준형의 캐릭터와 젊은 세대의 언어와 문화를 본격적으로 믹싱하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인싸, tmi, .mov, 코노, 마!~ 등등의 은어와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자막 처리 및 편집은 박준형의 자유분방함과 현장체험학습을 왁스로, 개교기념일을 개고기로 알아듣는 등의 서툰 한국어 능력이 주는 웃음을 극대화했다. 방송도 그에 맞춰 자유로워졌다. 길거리의 시민들과 시청자들은 god의 리더 쭈니형 시절부터 봐온 반백살 유부남의 순수한 에너지와 말투에 다시금 빠져들었다.

박준형은 재밌게 다니다가도 “여기가 어디라고?” 묻는다. 망리단길의 경우 발음도 제대로 못하지만 언제든 추천해달라며 그곳에 가겠다고 말한다. 민속촌에서 신나고, 홍대와 한강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가 친해진다. 시청자들이 박준형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빠져드는 건 그의 과거나 탁월한 방송 진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약과 관습을 여포처럼 뭉개버릴 수 있는 자존감과 힙합 마인드, 오랜 세월 동안 보여준 일관된 순수한 캐릭터 덕분이다. 세상의 유행이나 평가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박준형의 단단한 자기중심이 웹 예능과 TV 예능의 경계를 허무는 캐릭터쇼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박준형의 캐릭터를 활용한 웃음 포인트나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는 콘셉트는 기존 TV 예능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만듦새나 다가가는 정서와 화법 모두 TV 콘텐츠와는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 <와썹맨>과 박준형은 혁오나, 크러쉬 같은 젊은 친구들이 먼저 알아보고 출연을 요청하는 방송이자 친해지고 싶은 연예인으로 거듭났다.

최근 박준형뿐 아니라 김종국과 하하, 이수근과 김종민 등 유명 예능 선수들이 웹 예능에 뛰어들고 있다. 실험적인 시도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성공에 가까운 결실을 얻어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TV를 보지 않는 세대와의 단절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웹 예능으로의 진출은 친숙한 캐릭터를 보다 확장할 수 있는 무대라는 장점과 함께 기존 시청자층을 넘어선 젊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 번 보면 빠져드는 <와썹맨>은 박준형의 모든 것인 동시에 오늘날 예능 경향에 힌트를 줄 수 있는 방향 지시등이라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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