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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주부들 응답받은 ‘수미네’, 그 문전성시의 비결
기사입력 :[ 2018-07-26 17:27 ]


‘수미네 반찬’ 김수미, ‘맛집’으로 장수하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파일럿으로 출발한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이 정규 확정됐다. 시청자들에겐 어리둥절한 뉴스인데, 계획했던 것보다 시즌의 회 차가 늘어나게 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품고 있던 불안을 해소할 정도의 흥행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시청률은 평균 3%대로 순항중이고, 2회는 무려 4.5%까지 치솟았다. 인기 요인을 찾는 건 조개탕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배우 김수미가 반찬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쿡방이다. 지금은 단물이 빠진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는 쿡방임에도 적잖은 관심을 받는 건 그간 여러 방송 활동을 통해 알려진 김수미의 요리 실력에 대한 기대와 모든 세대에게 각인된 독보적인 캐릭터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캐릭터 세고 자부심 강한 욕쟁이 할머니에게 배우는 맛집 비결이 매력 포인트다.

따라서 김수미는 이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이다. <수미네 반찬>는 최근 서구화 된 식습관으로 급격히 변한 우리네 식탁 풍경에 다시금 ‘우리 반찬’을 밥상으로 가져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단품 메뉴나 양식을 주로 소개하던 기존 쿡방과 달리 반찬을 주제로 삼은 점이 획기적이라 설명한다. 허나 반찬 쿡방은 중장년층 시청자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편의 대다수 건강정보 프로그램들에서 이미 흔하게 다루고 있는 쿡방 소재이며, 몇몇 인기 출연자들은 홈쇼핑에도 진출했을 정도다. 간편한 집밥 레시피를 알려주는 데다 역할이 달라지긴 했지만 최현석, 미카엘 등 낯익은 스타 셰프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경쟁하는 것이나 집밥에 포인트를 두는 것 모두 익숙한 접근의 쿡방이다. 백종원이 양세형의 보좌를 받은 것처럼 장동민과 노사연이 예능감을 고명처럼 얹어주는 역할까지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서 카리스마 넘치는 관록의 대배우이자 대략 60여년 경력의 김수미의 캐릭터는 기존 쿡방의 공식을 허문다. 엄마라는 타이틀로 김수미는 선생이 되고, 요식업계를 주름잡는 스타 셰프들은 수련생의 입장으로 내려간다. “네 엄마, 할머니가 자격증 가지고 너 밥 해먹였느냐”는 김수미의 일갈은 그 어떤 수료증이나 오너 셰프의 명함보다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쿡방이 요리를 살림의 영역에서 문화(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면, 살림의 위대함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요리 초보를 대상으로 세련된 교습법이나 지름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집에서 요리하듯 가족을 위해 뚝딱 차리는 한 끼 식사가 포인트다. 그래서 최현석 셰프의 말처럼 수업은 꽤나 불친절하고 숙련된 셰프들이 허둥지둥할 정도로 속도도 매우 빠르다. 모든 손님에게 동일한 맛과 품질의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매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보니 과학 공식과 같았던 양식의 정량 레시피는 ‘물은 요만치’, ‘소금과 후추는 는둥만둥’, ‘간장은 물 색깔 보고 기분 따라’ ‘새 눈물만큼’, ‘새빨간 양귀비처럼’ 혹은 ‘그냥 그날 기분 따라 알아서’, ‘입맛대로’ 등등 수치화된 계량을 대신해 경험으로 터득한 손맛과 눈대중으로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40여 년간 요리사 타이틀을 달았던 여경래 셰프가 간단한 계란말이와 오징어채 볶음에 쩔쩔매는 모습, 허세로 유명한 최현석 셰프가 ‘더럽게 맛없다’는 타박을 듣는 장면 등이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볼거리다. 그래서 딱 떨어지는 레시피보다 손맛의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하고, 창의적인 한 그릇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추억의 맛에 초점을 맞추고, 맛있는 밥을 함께 나눠먹는 행복에 대해 매번 이야기한다. 예술에 가까운 요리라기보다 살림에 가까운 밥상이다.

쿡방은 1인 가구 증가하고 음식을 사먹는 문화가 고착화된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물려 인기 콘텐츠로 떠올랐지만, <수미네 반찬>은 보다 전통적인 가정의 행복과 풍요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수미 “배우가 본업이라 출연을 고민을 하는데 점점 마음이 내키더라. 내 세대가 끝나면 정말 우리 할머니, 엄마가 해주던 반찬은 영원히 맛보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스텝들의 한 끼도 챙긴다. 김수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어머니가 마련한 음식을 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의 모습이 겹쳐진다. 가족의 정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은 <수미네 반찬>의 맛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네 일상과 가족 밥상에 가장 어울리는 친근한 김수미의 요리 교실에 가장 먼저 우리 어머니들이 응답했다. <수미네 반찬>의 시청률 기록을 보면 전체 연령 중 5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그 다음이 40대 여성이다. 낙지볶음, 애호박전, 간장 게장, 아구찜과 전복 영양밥, 묵은지 볶음, 풀치 초림, 소라 강된장, 고사리 굴비 조림 등등 만드는 법을 보면서 남의 집 살림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공감대는 물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실용성이 통했다.

당연하게도 <수미네 반찬>이 깐깐한 주부들을 오래도록 붙잡고,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기 위해선 김수미가 얼마나 ‘맛집’으로 인정받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백종원이 자신의 콘텐츠로 증명 받았듯이 말이다. 그러니, 늘어난 회차를 스타 셰프들의 재능으로 메우려는 노력보단 김수미가 가진 것, 나눌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사족이 늘어날수록 집중도는 떨어지는 법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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